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관세 정책으로 철강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의 철강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 장벽이 더 높아지기 전에 최대한 수출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 규모는 약 1177억달러(약 168조원)로 전년 동기 1114억달러(약 159조원) 대비 5.6% 증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9월 수출량도 전월 대비 10% 증가해 4개월 만에 최고치인 1047만톤(t)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1~9월) 수출량은 8796만t으로 과거 이 기간 중 가장 많다. 올해 전체 수출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은 원재료인 철광석 수입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에 총 1억1633만t의 철광석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월 대비 10.6% 증가한 수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1.7%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유럽 수출이 늘었다. 수입산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수출은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중국은 나이지리아에 14억9900만달러(약 2조원) 규모의 철강재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6% 늘어난 수치다. 쿠웨이트와 코트디부아르 수출도 각각 107.2%, 91.1% 늘었다.
대(對)미국 수출액은 86억7160만달러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고, 우리나라로는 15.1% 줄어든 58억9052만달러(약 8조원) 규모의 철강을 수출했다. 한국은 지난 4월부터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수요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세계 철강 수요를 작년과 비슷한 17억5000만t으로 예상했고 OECD는 세계 철강 수요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관세와 저율 관세 할당(TRQ·Tariff Rate Quota) 등 보호무역 조치가 적용되기 전에 중국이 물량을 최대한 밀어내고 있다고 본다. TRQ는 EU가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 대신 새로 도입한 제도로 철강 수입 쿼터(할당량)를 국가별로 제한하는데, 기존 세이프가드 조치가 만료되는 내년 6월 말쯤 적용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수입 쿼터 축소는 내년 6월부터 적용될 테니 수출국은 그전에 꽉꽉 채워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에도 반덤핑 판정이 나오지 않은 열연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460860)은 최근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연장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구기보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 세계 철강의 50% 이상을 생산하기 때문에 조금만 초과 공급돼도 경쟁국 입장에서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도 EU 등과 정보를 공유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