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면 자구 노력을 검토한 뒤에 지원 방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정부 지원'이라는 틀이 잡히면서 구조조정에 속도가 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화학 기업 10개사는 20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 재편 자율 협약식'을 개최하고 연간 270만~370만톤(t)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Naphta Cracking Center)를 감축하고 연말까지 기업별로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축하기로 한 규모는 전체 생산 능력(1470만톤)의 18~25% 수준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S-Oil(010950)) 등이 참석했다.

김정관(오른쪽 다섯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석유화학업체 경영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울산·여수·대산) 구조 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 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 재편 계획 마련 ▲정부 종합 지원 패키지 마련 등 '정부 지원 3대 원칙'을 확정했다. 또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석유화학 업계 구조 개편 3대 추진 방향도 설정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연말까지 정부에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1~2개 기업 혹은 3~4개 기업이 함께 사업 재편 계획안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 재편 계획안을 먼저 제출하는 기업은 먼저 지원해 경쟁을 촉발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살려주기를 바라며 버티는 회사가 있었다"며 "NCC를 줄일 범위와 연내라는 시점이 제시되면서 방향이 명확해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석유화학업체 관계자 역시 "업계 자율로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은 이전과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인수·합병(M&A)이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구조조정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기업 간 통합, NCC 설비 감축,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체 간의 통합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NCC 감축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해도 어떤 기업의 설비부터 가동을 중단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NCC 설비만 가진 업체나 설치 연도가 오래된 순으로 설비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