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에서 36년 간 일하며 재무·기획 분야를 책임졌던 김걸 기획조정실장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 힘을 싣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김 사장이 기획조정실장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담당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날 그의 용퇴를 결정했다. 김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고 앞으로 현대차정몽구재단의 부이사장을 맡을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의 혁신과 성장을 주도할 후진을 위해 김 사장이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후속 인사는 다음달로 예정된 그룹 임원 인사와 회사의 미래 비전 방향성 등과 연계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1988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2009년 상무로 승진하며 글로벌 전략실장으로 일했고 2011년 기획조정1실 전무로 임명됐다. 이후 기획조정1실 부사장과 기획조정실장 사장을 거치며 기획과 재무 분야 등 현대차의 안살림을 총괄해 왔다.
그룹 안팎에서는 김 사장의 퇴진을 두고 내년부터 부회장으로 일하게 될 장재훈 사장이 전권을 장악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김 사장이 맡았던 GBC 담당 사장을 겸직하기로 결정됐다. 후임 기획조정실장 역시 장 사장과 가까운 임원이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김 사장은 정몽구 회장 시절 그룹 내 2인자로 꼽혔던 김용환 전 부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해 왔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을 맡았고, 2018년 말 현대제철(004020) 부회장으로 이동할 때까지 줄곧 그룹 기획조정 부문을 책임졌다.
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은 정몽구 회장 시절에 이어 지난 6년 간 정의선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획과 재무 등에서 많은 기여를 했던 인물”이라며 “그의 용퇴로 장재훈 사장이 앞으로 부회장으로서 더 확고한 장악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