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환경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움직임이 필요하고, 특히 SMR 산업의 발전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베로니크 루예(Véronique Rouye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국장)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뉴스케일파워의 SMR 3대를 수주할 때 발생하는 매출은 APR1400 대형 원전 한 기를 수주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SMR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진 산업인 만큼,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
“경남은 원전 관련 기업 300여개가 입주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중심지다. 앞으로 경남을 글로벌 SMR 제조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박완수 경남도지사)
22일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국원자력학회가 주관한 ‘경남 SMR 국제 콘퍼런스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SMR의 미래 : 세계가 묻고, 경남이 답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국내외 SMR 전문가와 기업인, 정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메가와트)급 이하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1000~1500㎿)보다 출력을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대형 원전은 건설 비용이 비싸고 입지가 바다 근처로 제한된다. 그러나 SMR은 바다에서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 위치 선정이 비교적 자유롭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의 구성 요소인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을 하나의 용기에 넣은 모듈 형태로 제작돼 비용과 건설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또 대형배관 파단 사고가 원천 차단돼 있고, 사고가 나도 지하격납수조와 냉각재가 자연 순환해, 한 달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루예 국제 원자력기구(NEA) 국장은 “SMR은 안정성과 실용성, 비용,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에너지의 궁극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MR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 원자력기구는 규제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SMR 산업의 주요 의사 결정자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원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SMR을 꼽고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오는 2028년 허가를 목표로 혁신형 SMR(i-SMR)의 핵심기술을 신속 확보해 표준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관은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들이 SMR 실증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올해 말까지 SMR 관련 로드맵을 발표하고 한국형 SMR의 노형과 실증 일정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지민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 여건을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과 SMR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정부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을 중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산업부 역시 원전 생태계 복원에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관은 “원안위는 규제기관으로써 SMR 산업 발전에 발맞춰 국정과제인 i-SMR뿐만 아니라 향후 제작될 경수형 SMR, 비경수형 SMR에 대한 규제 체계도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는 해외 기업들도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한국 원전 기업들이 글로벌 SMR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레이험 캘러웨이(Graham Callaway)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공급망 총괄은 “한국은 주요 시장이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공급망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프레드 야푸니치(Fred Yapuncich) 테라파워(Terrapower) 선임매니저는 “SMR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원자로로, 고유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우리의 공급망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자민 라인크(Benjamin Reinke) 엑스에너지(X-Energy) 부사장은 “두산(000150), DL그룹과 SMR의 주요 기자재를 공동 설계하고 공급받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 다른 한국 기업들과도 추가적인 협력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작년부터 약 4000억원을 들여 본격적으로 ‘i-SMR(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나섰다. 미국 등과 비교해 출발이 다소 늦었으나, 우수한 원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시홍 두산에너빌리티 용접기술팀장은 “새로운 산업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개화하는 SMR(소형모듈원자로) 시장에 발맞춰 신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철 혁신형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단 실장은 “2030년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차세대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규제 기준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2028년까지 표준 설계를 비롯해 기술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