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를 시도 중인 가운데,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이 독립 리서치업체 ‘스마트카르마’의 공신력을 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스마트카르마에 올라온 보고서를 인용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이 특정인의 의견을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의견인 것처럼 의미를 부여한다고 반박한다.

지난달 13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선포한 후 8일까지 스마트카르마에는 30여 개의 고려아연 관련 리포트가 게재됐다. 한국계로 추정되는 연구원 두 명이 기자회견, 공시 등 이슈를 정리해 자료를 올리고 있다. 실시간으로 우리나라 시장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겨냥해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영풍·MBK 측은 스마트카르마 자료를 인용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매매수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스마트카르마 더글라스 킴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올렸다. 더글라스 킴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 인상하려고 부채를 더 높일 수 있겠지만, 이는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더 큰 리스크를 부과하는 것이며 고려아연 소액주주들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4년 설립된 스마트카르마는 개인, 기관 등 여러 연구원이 주관적으로 투자 의견을 분석하고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오픈마켓(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장터)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여러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았다. 본인이 올린 자료를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익을 얻는 구조로, 여러 독립리서치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고려아연 관련 보고서를 쓴 더글라스 킴은 본인이 세운 더글라스 리서치 어드바이저리(Douglas Research Advisory) 소속으로, 스마트카르마 이용자 중 한명이다.

스마트카르마 자료 관련 규정./제공 스마트카르마

통상 증권사나 연구기관의 경우 자료를 배포하기 전에 심의 과정을 거치지만, 독립리서치에서는 의무 사항이 아닐 수 있다. 스마트카르마도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나 편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료를 게재한다고 설명한다. 정보의 정확성도 보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가 특정 개인의 의견을 마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의견인 것처럼 내보내고 있다. 스마트카르마는 개인의 의견을 올리는 P2P(개인 간 거래) 사이트로 콘텐츠로 개인이 수익을 올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카르마는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물러났다. 국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와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현재는 종료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독립리서치 자료를 찾는 수요가 없어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