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 국가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견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을 건조할 때 실질적인 작업량을 수치화한 것) 기준으로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1540만CGT(615척)를 수주했다. 이는 전 세계 발주량의 64%다. 한국은 같은 기간 594만CGT(132척)를 수주해 25%로 차지했다. 수주잔량도 6월 기준 중국은 전체의 52%인 6895만CGT, 한국은 3829만CGT(29%)로 집계됐다.

중국 민영 최대 조선사 양쯔장조선. / 양쯔장조선 제공

중국 공업신식화부(산업정보부)에 따르면 DWT(재화중량톤수·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중량을 톤(t)으로 나타낸 것) 기준 중국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수주량의 74.7%(5422만DWT)를 차지했다. 수주 잔량은 58.9%(1억7155DWT), 인도(완공)량은 55%(2502만DWT)로 집계됐다. 모두 세계 1위 실적이다.

중국은 생산능력(CAPA)을 늘리고 있다. 중국 11곳의 조선소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건조 생산능력을 8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동을 중단했던 중국 조선소들도 생산을 재개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자 미국이 견제에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항만에서 사용 중인 중국산 STS 크레인(Ship to Shore Crane·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육상으로 옮기는 크레인)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선업계는 미국의 이번 제재를 향후 중국 조선업을 직접 견제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본다.

앞서 지난 5월 USTR은 전미철강노조(USWA) 등 미국 주요 노동조합의 청원에 따라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발동하고, 중국 조선·해운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슈퍼 301조는 무역상대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협상·보복 조치 규정이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 때문에 미국 조선업이 쇠락했다고 보고 중국을 견제해 미국 조선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롄선박중공업그룹(DSIC)의 조선소. / DSIC 제공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선업에서 중국 패권에 도전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한국과 일본의 조선사들이 중국과의 경쟁을 견디도록 도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캐나다해양·조선협회(CMISA)는 이달 초 캐나다 정부에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 100% 조치를 선박까지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CMISA는 중국산 선박이 캐나다 산업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전략·윤리적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또 중국 조선소가 상선 외에도 중국 해군을 위한 군함을 건조해 북극해 등에서 캐나다의 이익에 잠재적 도전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유럽조선소·해양장비협회(SEA유럽)는 올해 초 유럽의회(EP)에 포괄적 유럽 해양 산업 전략을 세워줄 것을 촉구했다. SEA유럽은 “선가 차이가 30~40%나 나는 것에 더해 중국 은행이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 때문에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선주가 많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조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