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전기차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망간(망가니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망간은 다른 배터리 양극 원료인 니켈, 코발트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망간 비중을 늘리면 전압을 높여 에너지 밀도도 개선할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은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상용차 전문 전시회 ‘IAA 트랜스포테이션(IAA Transportation) 2024′에서 CTP(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한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Mid-Ni)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니켈 함유량을 기존 60~90%에서 40~60%로 낮춘 대신 망간 비중을 기존 10~20%에서 30%까지 높인 것이 특징이다.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상용차 전문 전시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 전시된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 제품. /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그간 배터리 업계는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연구를 해왔다. 배터리 용량(Wh)은 전류량(Ah)과 전압(V) 크기에 비례하는데, 니켈은 전류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전류량 대신 전압을 높여도 배터리 용량은 늘어나지만, 전압을 높이면 균열이 발생해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소재를 하나의 입자 단위 결정체로 가공한 단결정 양극재가 개발되며 전압을 높여도 배터리 수명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고전압 배터리에서는 양극의 안전성을 높이는 망간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망간은 비교적 안정적인 전자 구조를 갖춰 배터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망간은 중저가·상용 전기차 시장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망간은 지각에 3번째로 많이 포함된 금속으로 니켈, 코발트보다 저렴하다. 이 때문에 망간 비중을 높이면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망간 가격은 톤(t)당 1210달러로 니켈(t당 1만5875달러)과 코발트(t당 2만4070달러)의 5~10% 수준이다.

LG엔솔 관계자는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탑재한 대형 트럭은 최대 주행 거리가 600㎞에 달한다. 수명도 5000사이클(설계된 배터리 용량만큼의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전 주기) 정도로 높아 충·방전이 잦은 상용차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LFP+ 배터리. 기존 LFP배터리에 망간 등 소재를 추가하고 새로운 극판 기술을 적용했다. / 삼성SDI 제공

SK온과 삼성SDI(006400)도 망간 활용도를 높인 배터리로 중저가·상용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LG엔솔과 마찬가지로 파우치 타입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제품 개발 후 공정성 검증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2023′ 현장에 LMFP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는데, 이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에 망간을 첨가한 제품이다. 삼성SDI는 올해 IAA 2024에서도 LFP 배터리에 망간과 신규 극판 기술을 적용한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는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 이상 높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통상 삼원계 배터리는 3.7볼트(V)에서 동작하지만, LFP 배터리는 동작 전압이 3.2V이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LFP 배터리에 망간을 첨가하면 전압을 더 높일 수 있어 전체 에너지 밀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