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가 그룹 지주사인 ㈜한화(000880) 보통주 600만주(지분율 8%)를 주당 3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주주가치를 높이고 책임경영을 실천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50%,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사장·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각 25%)를 보유한 회사다.

김동관(왼쪽부터)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조선DB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9.7%에서 17.1%로 높아진다. ㈜한화 최대주주인 김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비중이 커져 세 아들의 그룹 지배력도 강해진다.

재계에선 이번 공개매수를 승계 작업의 밑그림으로 해석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 지분은 김 회장이 22.65%를 들고 있고, 김동관 부회장은 4.91%, 김동원 사장 2.14%, 김동선 부사장이 2.1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국민연금공단(7.4%), 고려아연(7.25%) 등이 주요 주주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확대는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구형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한 뒤 상장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한화 보통주나 한화3우B와 달리 ㈜한화 구형 우선주는 시가총액이 170억원이고, 거래량이 미미해 주가 변동성이 큰 소형 우선주다. 한화는 주가 변동폭이 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현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한화가 매입하는 구형 우선주는 김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43.56%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들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주사인 ㈜한화를 중심으로 건설·글로벌·모멘텀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지는 계열사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