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클린룸(먼지·세균이 완전히 차단된 청정시설) 업계도 수주가 두 자릿수 증가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반도체 품질을 좌우하는 클린룸은 반도체 회사들이 공장을 지을 때 가장 먼저 설치된다. 클린룸 설계·구축에 1년~1년 반 정도가 소요되고 이후에 관련 장비가 설치돼 클린룸 수주는 반도체 업황 반등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9일 세종기업데이터에 따르면 클린룸 사업을 주로 하는 케이엔솔(053080)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5450억원으로 1년 전(2264억원)보다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성이엔지(011930)의 수주잔고도 2540억원에서 3449억원으로 약 36% 증가했다. 이들 회사는 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하며 대응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 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제공

클린룸 업체의 수주가 늘어난 이유는 반도체 시황 악화로 지연됐던 삼성전자(005930)의 평택 제4공장(P4) 건설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생산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청주 공장에 대한 투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20%, 낸드 가격은 최대 28% 올랐다.

클린룸 사업을 병행하는 성도이엔지(037350)한양이엔지(045100)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 역시 각각 8640억원, 4907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1%, 33% 증가했다. 엑사이엔씨(054940)의 수주잔고도 217억원에서 496억원으로 늘었다.

그래픽=정서희

올해부터는 수주가 매출로 인식돼 클린룸 업체의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신성이엔지의 올해 매출은 7307억원으로 전년보다 27% 늘고 영업이익은 263억원으로 2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 클린룸 업체의 수주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라인 증설뿐만 아니라 장비를 교체할 때도 클린룸을 교체해야 해 고객사가 생산 여력을 확대하거나 생산 설비를 교체·고도화할 때 클린룸 업체의 실적은 좋아진다”고 말했다.

클린룸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기업의 추가 투자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수주와 실적 모두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