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양극재 업체들이 올해 1분기에 일제히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배터리 수요가 줄었고, 지난해 하반기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올해 초까지 이어지며 수익성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2분기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해 1분기에 매출 6조5193억원, 영업이익 12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77%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에 LG에너지솔루션이 수령할 AMPC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은 69.3%로 2022년(73.6%)과 비교해 낮아졌다. 가동률은 3분기까지 73% 수준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 60%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수요 둔화를 감안하면 올해 1분기 역시 가동률 70%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본격적인 실적 회복 시점을 2분기로 제시했다.
삼성SDI(006400)도 1분기 매출 5조2136억원, 영업이익 2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4%, 35.41%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수치가 줄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올해 초 양산을 시작한 6세대 각형 배터리 P6가 2분기부터 매출로 인식돼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 분기 흑자를 내지 못한 SK온은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규 공장의 램프업(Ramp-up·장비 설치 후 대량 양산까지 생산 확대)이 진행 중이고 북미 주요 고객사인 포드가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하향한 영향이다.
SK온은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하반기 중 미국 2공장에서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가동률이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재 업체들도 실적 감소가 예고됐다. 엘앤에프(066970)는 1분기 매출 7328억원, 영업손실 8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 2805억원을 기록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2500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까지 고정비 부담과 재고 손실이 이어지며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1분기에 매출 1조1199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98% 줄어든 수치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양극재 판매가 작년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판매가격이 낮아져 매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