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 앞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뉴스1

한국 기업에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몰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기준 미국·일본 기업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공격을 받았다. 이에 국내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 의뢰해 작성한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 수는 2019년에 비해 9.6배로 늘었다. 2023년 한국의 피공격 기업 수(77개사)는 조사대상 23개국 중 미국(550개사), 일본(103개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행동주의펀드는 타깃 기업의 소수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진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주주를 설득하거나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과 적대관계를 형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하나 이상의 행동주의펀드가 사전 모의 없이 같은 기업을 상대로 동시에 독자적으로 공격하는 이른바 스와밍 사례가 늘고 있어 기업의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자사주 매입 외에는 없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한국 자본시장은 정부 규제가 강하고, 큰 손인 국민연금도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압박까지 심화되면 일본처럼 상장폐지를 결정하거나 상장 자체를 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환경이 변한 만큼 정부는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라며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