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 속 페인트 업체들이 분주하게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다. 건축, 공업용 도료 등 기존 주력 분야를 넘어 첨단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고, 수출 강화를 위해 베트남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페인트 업체의 도료 매출은 건축용이 30~40%로, 매출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국내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당분간은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 투자는 건축용 도료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데, 건설 수주 비용은 오르고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페인트 업체들은 이차전지 등 제조 공정에 쓰이는 등 첨단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루페인트(090350)는 이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전용 접착제, 몰딩제, 코팅제 등 16종을 개발해 일부 양산을 시작했다. 주로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방출해 화재를 예방하는 기능을 갖췄다.
삼화페인트(000390)는 리튬이차전지에 쓰이는 전해액 첨가제 관련 특허를 최근 취득했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고 성능 저하를 막아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제조법을 개발했는데, 제조 시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강남제비스코(000860)는 지난해 화학회사 신아티앤씨와 합작회사 ‘KS첨단소재’를 설립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조광페인트(004910)도 자회사 CK이엠솔루션을 통해 이차전지용 방열 접착제를 개발 중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업체들은 연간 150억원 안팎의 비용을 연구개발(R&D)에 들이고 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업체들이 지난해 연구개발에 들인 비용은 각각 ▲노루페인트 169억원 ▲삼화페인트 156억원 ▲강남제비스코 148억원 ▲조광페인트 81억원이다. 특히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을 전년(126억원) 대비 24% 늘렸다.
판로 확대를 위해 수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페인트 업체들의 수출 비중은 높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노루페인트 15%, 삼화페인트 16%, 강남제비스코 15%, 조광페인트 8% 수준이다.
국내 도료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또 도료 산업은 건설, 자동차, 선박 등 산업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국내 경기 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이에 페인트 업체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특히 베트남에 주목했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시장은 1차 산업에서 중공업, 중화학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어 페인트 산업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6%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6%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산업계에 정책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4개 사 모두 베트남 생산·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에 법인이나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이 밖에 노루페인트는 중국과 태국, 삼화페인트는 중국, 인도, 강남제비스코는 중국에 각각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 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판로를 발굴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시장 상황에 맞는 제품군을 개발해 해외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