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냉각 기술인 액침냉각(이머전 쿨링·Immersion cooling) 기술을 개발 중인 GST(083450)(글로벌 스탠다드 테크놀로지)가 주목받고 있다. GST는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2022년부터 액침냉각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5월 액침냉각 시스템 시제품을 선보였다.

GST는 김덕준 대표가 2001년에 설립해 200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반도체 장비인 스크러버(Scrubber)와 칠러(Chiller)를 제조한다. 스크러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장비다. 칠러는 제조 환경의 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공정 효율을 개선하는 장비다.

그래픽=정서희

김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케이씨텍(281820), 한국파이오닉스 등 반도체 장비업체에서 일하다 GST를 창업해 스크러버 국산화에 성공했다. 스크러버는 1990년까지 일본 기업이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했는데, 김 대표는 이를 자체 기술로 만들어 냈다. GST는 현재 삼성전자(005930)의 3대 벤더사(재화 공급자) 중 한 곳이다. SK하이닉스(000660), 삼성디스플레이, 원익IPS(240810)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2004년부터 수출을 시작해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중국 시안, 우시, 허페이, 우한, 대만, 싱가포르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수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다. 해외 주요 고객사로는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중국 YMTC 등이 있다. 국내 스크러버·칠러 제조업체 중 글로벌 대기업에 수출하는 곳은 GST가 유일하다.

지배 구조를 보면 최대 주주인 김덕준 대표가 21.47%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3.28%, 우리사주조합 1.37%를 제외하면 해외사업 총괄인 이정우 사장(2.47%)과 장광수 공동대표(0.6%)만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액주주다.

GST의 주력제품인 스크러버. 스크러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장비다. /GST 제공

GST는 서버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 차가운 바람을 불어넣는 공랭식으로 열을 관리하는데, 이 방식은 운영 비용이 낮은 대신 온도를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AI 산업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공랭식 냉각의 한계가 지적돼 왔다. 업계는 차세대 냉각기술로 액침냉각에 주목했다. 액침냉각용 특수용액을 개발 중인 SK엔무브는 액침냉각 시장이 2020년 1조원 미만에서 2040년 4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액침냉각 시스템은 과열된 액체를 어떻게 다시 냉각해 활용하는지에 따라 1상형과 2상형으로 나뉜다. GST는 1상형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2상형 개발에 뛰어들었다. 2상형은 1상형보다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데, 국내 기업 중 2상형을 개발하는 곳은 GST가 유일하다.

GST는 지난해 매출 2730억원, 영업익 400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각각 12.7%, 29.7%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미국 마이크론 수출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GST 관계자는 “액침냉각 시스템은 정유사 등과 협업해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도입 단계가 아니어서 예상 매출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미국 인텔에 스크러버, 칠러 영업을 시작하고 TSMC 등 선도기업에 수출을 늘릴 예정”이라며 “지금은 수출액 중 70%가 스크러버이고 칠러는 30%인데 칠러를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