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부품 기업 세코닉스(053450)가 차량용 카메라를 내세워 매출 5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코닉스 창업주 고(故) 박원희 회장의 장녀인 박은경 대표이사는 최근 상속을 마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세코닉스는 기존 광학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988년 세키노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세코닉스는 2002년 국내 최초로 모바일용 카메라 렌즈를 개발·양산해 삼성전자(005930)에 납품했다. 스마트폰 성장기에는 모바일 렌즈가 효자 노릇을 했으나 현재는 차랑용 카메라 렌즈·모듈(부품 덩어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1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세코닉스는 올해 매출 4900억원, 영업이익 149억원을 각각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보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41% 늘어난 수치다.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15년(2448억원)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세코닉스가 외형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은 차량용 카메라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레오 카메라, 후방 카메라,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 차 한 대당 들어가는 카메라는 점점 늘어 10~25개가량이다.

2006년부터 차량용 카메라로 사업을 다변화한 세코닉스는 2007년에 처음으로 차량용 카메라 렌즈를 개발했다. 2009년에는 수익성이 더 좋은 카메라 모듈로 사업을 확대했다. 차량 헤드램프의 핵심 부품도 생산한다.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제어하기 위해 반사경, 차광판, 비구면 렌즈를 조합한 모듈이다.

카메라와 헤드램프 등 차량용 부품은 현재 현대모비스(012330)를 통해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로 들어간다. 전체 매출의 80%를 담당한다. 세코닉스는 현대차·기아 외에도 미국, 유럽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카메라 매출 비중은 10%대로 줄어든 상태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의미다.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됐다. 올해 2월 박원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가 보유했던 지분은 박은경 대표에게 상속됐다. 현재 박 대표는 지분 14.52%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의료인으로 활동하며 회사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오빠 박종현씨의 지분(4.86%)까지 합치면 최대주주 등의 지분은 19.38%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지만, 신(新)기능 차량의 카메라 수요는 점점 늘고 있어 회사도 자연스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븐·냉장고 등 백색 가전이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결합한 혼합현실(MR) 제품 등에도 중장기적으로 카메라 모듈 응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코닉스는 2015년부터 삼성전자의 VR 제품에 광학용 렌즈를 공급해 왔다. 미국 스타트업인 ‘뷰직스’의 AR글래스에도 투사기 모듈을 납품 중이다. 투사기 모듈은 초소형 프로젝터를 안경테에 넣어 안경에 홀로그램(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주요 업체들의 XR 헤드셋(기기) 공개나 출시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관련 제품을 양산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레퍼런스(공급 경험)가 있는 세코닉스에 주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