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된 동원·하림(136480)·LX 그룹이 2개월간의 실사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유찰 전망이 나온다. 해운업의 특성상 위기 상황에는 막대한 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만한 여력을 가진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유찰로 HMM의 몸값이 낮아지면 재계 상위권 그룹이 나설 수 있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사업은 공급과 수요에서 모두 도전을 받고 있다. 수급에 영향을 미친 변수들은 일회적 요인이 아닌 지속적 요인들이다.
컨테이너선 시장에는 지난 2~3년간 발주된 신조선들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선복량(적재능력)이 늘면서 유럽 노선 운임은 2분기 내내 약세를 보였다. 상반기 유럽 노선에 새로 투입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만 13척에 달한다. 3분기에도 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이 추가로 투입된다. 미주노선은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해운업계는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해운사 스위스 MSC와 세계 2위 덴마크의 머스크가 맺었던 해운동맹 2M은 2024년 이후 끝난다. 2015년 결성된 2M은 글로벌 해상 항로의 40%가량을 차지한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프랑스 CMA-CGM·중국 COSCO·대만 에버그린·홍콩 OOCL이 속한 오션얼라이언스와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HMM·일본 ONE·독일 하파그로이드·대만 양밍)도 해체되고 무한 경쟁 체제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노선을 공유하는 해운 동맹이 해체되면 각 해운사의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게 된다.
강해지는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으로 대체하려면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차세대 연료를 위한 투자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HMM의 인수 후보자들은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 모습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유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찰로 매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HMM 몸값이 낮아지고 조건이 좋아질 수 있다. 2008년에 몸값이 6조원대였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042660))은 올해 한화(000880)그룹에 2조원에 팔렸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 2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대한항공(003490)은 1조5000억원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