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제품 공급망에 변화가 생기면서 한국조선업계가 올해 평균 주당 1척이 넘는 석유제품운반선(Product Carrier·PC선)을 수주하고 있다. PC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효자 선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일 조선해양업계에 따르면 HD현대(267250)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들어 총 13억4000만달러 어치의 석유제품운반선 29척을 수주했다. 1분기에 16척, 4월과 5월에 각각 7척, 6척을 수주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 9년간의 연평균 수주물량 35척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인도한 친환경 메탄올 추진 PC선./HD한국조선해양 제공

석유제품운반선의 발주량은 크게 늘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PC선은 700만 DWT(선박이 운반할 수 있는 중량)로, 이미 작년 연간 발주량(530만 DWT)을 넘어섰다.

석유제품운반선의 신규 건조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낡은 선박이 많기 때문이다. 석유제품운반선은 지난 호황기인 2005~2010년에 신규 건조가 집중되면서 오랫동안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2010년대에는 신조 발주량이 많지 않았고, 노후 선박의 비율이 높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석유제품 운송시황이 나빴던 2021년에는 폐선 물량도 많았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급감했던 교역이 작년부터 정상화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제품 운임도 오르기 시작했다. 항공유·나프타 등의 수요가 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수입하지 않으면서 석유제품의 운송 거리(운송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해양환경규제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도 석유제품운반선의 신규 건조를 늘리는 요인이다. 온실가스 감축용 개조를 못한 선박이 이 지수를 충족하려면 감속 운항(slow-steaming)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같은 중량·거리(톤-마일)의 운송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운송능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