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외항사들이 한국 노선 공급을 늘리고 있다. 동남아, 중국 국적의 항공사뿐 아니라 미국·유럽 국적의 항공사도 더 많은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국제선 여객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결합 이후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슬롯(항공기가 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 배분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3월 외항사의 국제선 공급석 및 탑승률은 1월 169만1776석·81.07%, 2월 158만7199석·83.1%, 3월 177만7885석·77.2%를 기록했다. 4월 실시간 통계 기준 탑승객은 1~3월을 뛰어넘은 149만4961명을 기록했다. 운항편은 3월 9320편보다 많은 1만775편이다. 외항사 공급석 수는 2월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3, 4월부터 1월 이상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국내 항공기 위로 외국 항공사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항사의 공급석 확대가 항공업계 호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에 따른 슬롯 배분을 외항사들이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이 아시아로 통하는 허브로 성장하며 외항사들도 신규 취항 및 노선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외국 승객들이 아시아로 향할 때 일본과 싱가포르를 통해 환승했지만, 최근에는 인천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당국의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두 회사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두 항공사가 보유한 국제선 26개 노선 슬롯과 운수권을 재배분하라고 결정했다. 경쟁 제한 우려 노선에는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5개 ▲동남아 6개 ▲일본 1개 ▲대양주 등 기타 3개 노선이 포함된다.

앞서 영국 경쟁당국은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대한항공이 가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의 최대 주 7개 슬롯을 영국 국적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미국과 EU 경쟁당국도 독과점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시정 조치안을 요구하자 미국·유럽 국적 항공사 등과 신규 취항·증편을 협의 중이다.

현재 일부 항공사는 우리나라 여객 확보를 위해 채용을 늘리고 국내 기업과 업무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항공(핀에어)은 서울~헬싱키 노선 전체 객실 승무원 중 한국인 비율을 50%까지 확대한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지난달 20일 국내 여행사인 하나투어(039130)와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프로그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어프랑스 및 KLM 관계자는 “두 항공사 모두 한국 승객들의 여행 수요에 주목하며 운항 스케줄 복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