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 배달의민족, 메신저는 카카오톡이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여겨지듯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라면 모두가 삼쩜삼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N잡러가 부(富)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세금 신고 및 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신동민 부사장은 “삼쩜삼을 통해 얻은 통찰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을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소득자-사업소득자로 명확하게 나눠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N잡러는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삼쩜삼과 법인 세무대행 경리 서비스 ‘자비스’, 알바 급여 계산 앱 ‘하우머치’를 운영 중인 8년차 스타트업으로 김범섭 대표와 신동민 부사장이 함께 창업했다. 김 대표는 명함 앱 리멤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김 대표와 신 부사장은 직장인들의 영수증 처리를 간편하게 하려는 시도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세무 업무로 확대해 2020년 5년 삼쩜삼을 선보였다. 삼쩜삼은 1년 만에 가입자 300만명, 누적 환급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부침도 많았다. 세무사 단체가 ‘세무사가 아닌 사람이 세무업무를 대리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일반 이용자 사이에선 ‘나도 모르는 새 국세청에 세무 대리인이 선임돼 있었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했다. 신 부사장을 최근 강남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비스앤빌런즈를 공동 창업한 신동민 부사장. 오른쪽은 자비스앤빌런즈의 마스코트 '쩜삼이'. /이은영 기자

-삼쩜삼을 통해 세금 환급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해달라.

“크게 ‘정보 수집’, ‘계산’, ‘홈택스 신고’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용자는 간편인증으로 로그인을 한 뒤에 세액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2분 안에 예상 환급액을 확인할 수 있다. 삼쩜삼은 고객이 입력한 정보와 고객 동의를 받아 수집한 정보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최대 환급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고객은 삼쩜삼에 홈택스 계정을 입력해 환급을 신청하면 된다.

현재 150명 가까이 되는 회사 구성원 중 90%가 직·간접적으로 세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전직 국세청 직원을 포함해 10여명으로 구성된 세금 연구팀이 있다. 연구팀은 공제항목을 연구하고 상황별로 최대환급을 받아낼 수 있는 로직(논리)을 연구한다. 지속적인 연구 덕에 평균 환급금을 13만원에서 18만원까지로 올렸다.”

삼쩜삼 세금 환급 서비스 예시 화면.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삼쩜삼을 출시한 지 3년차가 됐는데 그간의 성과가 궁금하다.

“1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1400만명, 환급액 5900억원을 이뤘다. 환급 건은 339만건이다. 삼쩜삼의 환급 도움 서비스가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세청의 환급 광고 비용이나 세무 행정 비용 절감, 환급금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를 따졌을 때 연간 8900억원 정도의 후생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무사 단체와 갈등이 있었고, 이용자 사이에선 개인정보 논란이 일었다.

“우선 최대 환급액을 계산하고 일부 세무대리인에 의한 신고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세무대리인 수임을 받아야 한다. 이 내용은 회원가입 화면에 명시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보니 고객이 이에 대해 불쾌함과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보다 명확히 알렸어야 했다. 수임 동의 논란은 고객 눈높이에서 다시 한번 서비스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무사 단체가 제기한 세무사법 위반 혐의는 어떻게 결론이 났나.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단체에서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검찰로 넘어갔다.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세무사 단체는 어떤 점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나.

“세무사법은 ‘세무 업무는 세무사 이외인 사람이 대신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점을 들어 삼쩜삼이 불법 세무대리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삼쩜삼은 ‘세무사가 아닌 사람’이 대신해 ‘처리’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간편하게 홈택스에 넣을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환급 신청을 ‘돕는’ 서비스다. 환급 신청에 필요한 잡무를 자동화했다고 보면 된다.

세무사와 갈등을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다. 서로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무사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고소득 프리랜서·자영업자가 아닌가. 삼쩜삼의 주된 고객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은 N잡러 긱워커(gig worker⋅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나 소상공인이다. 평균 환급금액이 18만원이고 1000원, 1만원을 환급받는 분도 있다. 세무사무소에 가면 ‘홈택스 하세요’라며 돌려보내는 영역에 가깝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비스앤빌런즈 사무실. 벽에 자체 제작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문구는 사내 공모로 뽑는다. /이은영 기자

-논란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지난해 5월에 한시적으로 ‘삼쩜삼 하우’를 운영했다. 세금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는 고객을 세무사와 비대면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제휴 세무사 중엔 한 달 동안 매출 1억원을 올린 분도 계셨다. 수수료도 받지 않았다. 정식 출시 버전도 수수료를 매우 낮게 책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가지고 세무사회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고 싶다.”

-올 상반기에 영국에 진출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11월 영국 국제통상부 주관 GEP(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세무 분야 최초로 선정됐다. 해외 스타트업 유치 프로그램인데, 법인 설립과 비자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최근에 법인장을 선임했고 상반기 안에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어떤 사업을 할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국내와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로 갈 예정이다.”

-왜 영국인가.

“영국은 유럽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융합한 서비스)의 중심지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26개의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보유하고 있다. 행정 서비스도 자동화가 많이 돼 있어 우리나라처럼 온라인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처리하기 용이한 편이다. 또 영국도 긱워커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심사 당국인 영국 국제통상부에서도 이 점을 이유로 들어 긱워커에게 도움이 될 서비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자비스앤빌런즈 회의실에 Keep(내년에도 동일하게), Problem(이건 다시 생각해보시죠), Try(내년엔 이렇게 해봐요)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이 담긴 쪽지가 붙어 있다. /이은영 기자

-자비스앤빌런즈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N잡러의 모든 것을 다루는 ‘슈퍼앱’이 되는 것이 목표다. 저희 서비스 이용자의 소득 유형 통계를 보니까, ‘근로소득+프리랜서 소득’이 전체의 47%이고 ‘근로소득+사업소득’도 10%를 넘는다.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다른 소득이 추가로 있는 사람이 60%에 달하는 것이다. 딱 근로소득만 있는 사람은 28%뿐이었다.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는 일반 근로소득자에 비해 세금 환급을 놓치기가 쉽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삼쩜삼을 통해 N잡러들의 환급을 도와 간접적으로 부를 늘릴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지난해 인수한 ‘하우머치’라는 앱을 통해 직접적인 부를 늘리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하우머치는 N잡러들의 소득 관리나 근무 일정 관리를 돕는 앱인데, 여러 근무 일정들 가운데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