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업계 제조 현장에 4조 2교대 근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솔루션(009830)만 직원들의 반대 의견이 많아 근무제를 변경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4조 2교대 근무를 선호하지만, 고연차 직원들은 부정적이어서 세대 간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창립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직 근무제도를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변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월부터 4조 2교대를 시범적 운영하고 올해 노사 합의를 통해 제도 변경을 결정했다.
LG화학(051910)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조 2교대 근무 방식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전남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4조 2교대 시범 운영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에선 에쓰오일(S-Oil(010950))이 2020년에 업계 최초로 4조 2교대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후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시범 운영을 거친 후 4조 2교대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올해 4조 2교대 시범 운영을 검토 중이다.
4조 2교대 근무제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조는 주간·야간에 각각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근무 형태다. 하루 근무 시간이 기존 8시간(4조3교대)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이틀 근무한 후 이틀을 연이어 쉴 수 있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주로 선호한다.
앞서 4조 2교대를 도입한 기업은 대부분 직원 찬반 투표에서 높은 비율로 찬성 표가 많이 나왔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여수공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4조 2교대 도입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찬성 52%, 반대 48%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특히 50대 이상 고연차 직원에서 80%에 육박하는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4조 2교대 도입 투표에선 찬성률이 96.75%에 달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연차 직원은 4조 2교대에 대해 12시간 연속 근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이틀 연속 쉬어도 ‘할 일이 없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많다”며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직원들과 근무형태 선호도가 확실히 갈린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투표 결과에 불만이 적지 않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직급, 연령, 직책 등을 적도록 하면서 일부 젊은 직원들이 상사들의 의견에 반해 4조 2교대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른 생산 현장에 비해 고연차 직원이 많은 인력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한 현장 직원은 “정유·화학업계에서 유일하게 4조 2교대 도입이 찬·반 투표에서 부결돼 실망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며 “재투표를 진행하자는 의견과 한번 부결됐으니 재투표는 없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노-노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