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앞둔 대한항공(003490)이 도서부터 숙박권, 치킨·커피 모바일 쿠폰까지 마일리지 사용처를 넓히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는 취지라고 하지만, 이용객들은 항공권 구매 시 마일리지로 공제받을 때보다 손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대한항공 멤버십 스카이패스 회원들이 마일리지로 일상생활 물품을 살 수 있는 ‘스카이패스 딜(SKYPASS Deal)’ 기획전을 오는 3월 2일까지 연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가전과 가방, 지갑, 홈트레이닝 기구부터 커피·치킨 등 모바일 쿠폰까지 모두 32개 품목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있다./연합뉴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이마트(139480), 작년 11월부터는 메리어트 호텔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었다. 이번 달에는 교보문고와 제휴로 마일리지 사용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며 하늘길 정상화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제휴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이지만, 회사는 지난 3년간 3차례에 걸쳐 기한을 연장했다. 지난해 말 소멸할 예정이던 마일리지는 올해 말까지 1년 연장됐고, 2020~2021년 소멸 예정이었던 마일리지는 두 차례에 걸쳐 올해 6월 30일까지 사용기한을 늘렸다.

이용객들은 마일리지로 각종 물품과 숙박권을 구매하는 것이 항공권 공제를 받는 것보다 손해라고 말한다. 대한항공은 4월 대대적인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전에는 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같은 규모로 공제했다. 하지만 개편 이후 마일리지로 공제를 받으면 인기·장거리 노선일수록 공제 금액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이코노미 130만원, 프레스티지 430만원, 퍼스트 730만원 수준인 4월 1일 인천~뉴욕 편도 가격은 오는 3월까지 발권하면 이코노미·프레스티지·퍼스트 각각 3만5000마일·6만2500마일, 8만마일의 마일리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4월 1일 이후 발권하면 각각 4만5000마일·9만마일·13만5000마일로 늘어난다. 1마일당 마일리지 가치가 이코노미는 37원에서 29원으로, 프레스티지는 69원에서 47원으로, 퍼스트는 91원에서 54원 수준으로 모두 최대 40% 가까이 떨어진다.

다만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 중 일부는 이코노미석과 프레스티지석은 5000~1만 마일씩 공제 기준이 낮아진다. 현재 인천~후쿠오카 노선은 평수기 3만마일, 성수기 4만5000마일이지만, 4월 1일부터는 각각 2만마일, 3만마일로 내려간다.

대한항공 이용객들은 회사가 제시하는 제휴 이벤트 마일리지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1400마일 당 교보문고와 이마트 바우처 1만원을 교환해준다. 1마일 당 7원 수준이다. 그랜트하얏트 인천(웨스트타워) 주말 숙박권은 1박당 3만3000~3만5500마일리지다. 여름 휴가철인 8월 초 가장 저렴한 고층 스탠다드 주말 예약가가 33만4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1마일 당 가치는 9~10원 수준이다.

이용객들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항공권을 구매하려고 하지만,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좌석은 한정적이라 예약이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전체 공급 좌석의 5% 이상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할당하라고 권고하지만, 필수 이행사항은 아니다. 한 대한항공 이용객은 “올해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돼 공제 금액 기준이 오르기 전에 일본이나 중국이라도 가야 할 것 같다. 비수기에 연차라도 내고 싶은데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세분화 되면 다양한 이용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이용한 회원의 24%만 장거리 노선을 이용했는데, 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은 4월부터 공제 기준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중장거리 국제선 왕복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마일리지 보유 회원은 전체의 약 10%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마일리지 제도 유지를 위해 제도 변화가 불가피했다”며 “현금과 카드에 마일리지를 더해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복합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 우수 회원 자격을 1년 단위로 부여해 진입 문턱을 낮췄다”라고 설명했다.

마일리지 1마일 당 가치가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마일리지가 사용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좌석의 가격과 제품의 가격을 같은 선상에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