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기술박람회 CES2023에는 산업현장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는 신제품들이 여럿 소개됐다. 2023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독일 저먼바이오닉시스템의 Cray-X 등 엑소스켈레톤(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제품이 그 중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저먼바이오닉은 지난 2020년 삼성전자(005930)의 삼성카탈리스트펀드에서 2000만달러를 투자받아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기술박람회 CES2023에 출품된 외골격 로봇 Cray-X의 등 부분 모습. /라스베이거스(미국)=박정엽 기자

지난 5일 CES2023 전시장에 준비된 Cray-X를 직접 착용해보니 기자의 입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허리를 숙여 바닥의 중량물을 들어올릴 때마다 양팔에는 하중이 느껴졌지만, 허리 부위에는 하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 머리 위에서 기자의 상반신을 수직으로 끌어올리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아이언맨’이 된 듯했다.

착용 방법은 간단했다. 등산 배낭을 매는 것처럼 양팔에 어깨끈을 걸고 두 어깨 끈 사이를 버클로 고정한다. 탈착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임에도 7.5kg에 이르는 무게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배낭형 제품이지만 골반으로 제품의 중량이 전달되면서 상반신의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번 CES2023에서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된 신형 제품(Apogee)은 자체 무게가 더 줄어들었고, 상반신 고정부를 조끼형태로 제작해 착용감 등을 더 개선했다고 한다.

Cray-X의 핵심 부품은 골반 옆에 부착된 전동 모터 2기다. 최대 30kg까지 작업 중량을 상쇄하는 효과를 주는 모터의 출력은 터치 스크린 방식의 제어부로 0~100% 사이에서 10% 간격으로 변경할 수 있다. 모터는 허리를 써서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 허벅지를 써서 걷는 동작 등을 도울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상반신 외에 엉덩이부터 오금 윗쪽까지 Cray-X의 지지대가 위치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기술박람회 CES2023에 출품된 외골격 로봇 Cray-X의 앞 모습. 등산 배낭과 같은 형태의 어깨끈이 보인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박정엽 기자

착용 결과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작, 걷는 동작 등에서 모두 끊김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하는 전동 외골격은 작업자가 동작을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해당 부위 움직임을 즉시 감지하고 이를 곧바로 모터 등을 통한 작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을 방해해 오히려 사용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Cray-X를 입고 걷거나 물건을 들어올리는 동안, 움직임에 시간이 걸렸다거나 몸이 제품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은 없었다.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다.

다만 작업시마다 모터가 내는 짧고 작은 ‘지잉’하는 소리가 이어지는 점은 다소 거슬렸다. 목덜미와 등 사이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탈착식으로 완충시 약 4시간 동안 작업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사전에 충전해 미리 준비해뒀다면 간단히 갈아끼울 수 있어 배터리 교체에 대한 부담이 적다. 가격은 약 1만달러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기술박람회 CES2023에 출품된 외골격 로봇 Cray-X의 배터리 부분. /라스베이거스(미국)=박정엽 기자

다른 참가자는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외골격 제품도 출품했다. 일본의 아체리스(Archelis)사는 하반신용 외골격 제품을 소개했는데, 오래서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무릎 등 다리 각 부위에 전달되는 체중을 분산시켜 마치 앉아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입는 의자’인 셈이다. 대신 걷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발목에 고정용 밴드를 먼저 부착한 뒤, 다리 전체를 받쳐주는 나머지 부위를 결합하는 식으로 착용해 입고 벗는데 10~20초가 소요됐다. 다만 제품을 착용하고 걸을 때는 한 쪽 2kg(양 쪽 4kg) 안팎에 달하는 제품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가격은 약 3000달러다.

일본 Archelis사의 입는 의자형 엑소스켈레톤 제품. /라스베이거스(미국)=박정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