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프린팅으로 맞춤형 안경을 제작하는 ‘브리즘’은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8호점을 연다. 설립 5년 만인 지난 6월 서울시청점과 경기 판교점에서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하고 지난달에 전국 7개 지점 누적 고객 2만5000명, 판매액 94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장 확대에 나서는 것이다.
브리즘의 맞춤형 안경은 3D 스캐닝 단계부터 시작된다. 얼굴 좌표 1221개를 인식해 이를 기반으로 얼굴 크기, 미간 거리, 코·귀 높이 등을 측정한다. 이후 가상피팅으로 안경테 디자인을 정한 뒤 3D 프린팅과 레이저커팅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브리즘은 세계 최초로 맞춤형 티타늄 안경테 제작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2 CES’ 혁신상을 받았고 iF 디자인 어워즈,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등에서도 수상했다.
안경산업은 전 세계 183조원, 국내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큰 시장이지만 성인용 안경은 통상 M(미디엄) 사이즈로 단일화 돼있어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 실제 브리즘 전체 고객 중 30%만 M 사이즈를 구매했고, 36%가 L(라지), 20%가 XL(엑스라지), 10%가 S(스몰) 사이즈를 구매했다. 브리즘 관계자는 “가격대도 유럽의 경쟁 브랜드 대비 20~25% 수준에 불과하다”며 “내년 중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설루션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개개인의 신체정보를 정밀하게 측정해 제품을 제작하거나 추천해주는 맞춤형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화 설루션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 마케팅의 필수로 떠오르면서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Customer Data Platfor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빅데이터 스타트업 아이지에이웍스는 지난해 1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B2B(기업 간 거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성과 덕이 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CDP 시장은 2025년까지 연 평균 34%씩 성장해 103억달러(약 13조50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펄핏’은 신발 커스터마이징 플랫폼이다. 지난 4월 40억원의 시리즈A 투자받았다. 고객 개개인의 발 사이즈와 신발 제조사의 상품별 실제 내측 사이즈를 3D 데이터로 만들어 이를 대조한 값을 기준으로 고객에게 신발 사이즈를 추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고객이지만 A 브랜드의 특정 모델을 사려면 265 사이즈가, B 브랜드의 모델을 사려면 260 사이즈가 적절하다는 식이다. 온라인 쇼핑 시 구매 전 착용이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됐다.
펄핏은 자체 개발한 딥러닝 기반 AI(인공지능) 엔진을 활용했다. 딥러닝 이미지 분석으로 사이즈를 측정하고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오차를 줄였다. 오차범위는 1.4㎜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3초 안에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다.
펄핏 설루션을 사용한 고객의 반품률은 미이용객 대비 5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구매율과 재방문률은 각각 2배, 3배 이상 높았다고 펄핏 측은 전했다. 펄핏 설루션을 도입한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용 기기로 측정하거나 전용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할 수 있다.
펄핏 관계자는 “앱 이용자는 지난 9월 기준 60만명을 돌파했고, 매달 25만켤레의 신발을 추천하고 있다”며 “국내외 유명 신발 브랜드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설루션을 이용 중이며 글로벌 브랜드와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노랩스’의 ‘아이엠’은 AI를 기반으로 개인의 건강상태와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맞춤형 건기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루치씩 소분해 매달 정기 배송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을 보내고 리워드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섭취 관리도 하고 있다. 국내 운영 중인 직영매장 3곳과 제휴약국 18곳에서 전문 상담을 비롯한 건기식 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모노랩스는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 7월 12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다. 모노랩스 관계자는 “현재 아이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의 77%가 2030세대”라며 “청년층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재구독율은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맞춤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며 “직접 착용하거나 섭취해야만 하는 제품군의 경우 구매 과정에서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번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이에 따른 탄소발자국을 감축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