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기술과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미래형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도 육·해·공 분야에서 무인 무기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전차, 자주포를 대거 수출하는 등 여전히 세계적으로 재래식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크지만, 다가올 무인전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인 무기체계 기술 개발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등 해외 국가도 한국이 개발 중인 무인 방산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최근 현대중공업, 카이스트(KAIST)와 해양무인체계 기술교류 및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각 사 및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무인 수상정, 무인 잠수정 등 해양 전력을 공동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이미 연안 감시정찰, 해양 재난·재해 대응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 수상정 ‘해검’을 개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수상·수중 표적 탐지 및 자동 추적 기술, 고속·대용량 해상 무선통신 등 주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 잠수정 등 특수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항해 기술도 꾸준히 개발해 오고 있다. 양 사의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향후 전투용 무인 군함 개발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달 29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자체 개발한 미래형 다목적 무인차량인 ‘아리온스멧’(Arion-SMET)의 성능 시연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 방산업체가 자체 개발한 무기를 미군 앞에서 선보인 건 이번이 최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아리온스멧을 국내 개발 군용 무인차량 중 최초로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하기도 했다. FCT는 동맹국의 우수한 국방 장비와 기술을 평가해 미군의 주력 무기체계 개발·도입에 필요한 핵심 기술 또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미 국방부 프로그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미군의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획득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064350) 역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앞세워 무인체계 부문 연구개발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미 올해 초 성능 검증을 마쳤고, 차량 2대를 군에 납품해 올해 1월 GOP, DMZ 등 야전에서 시범 운용도 마무리한 상태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한화디펜스)는 지난 2020년 방사청 다목적 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 2차 사업에서 맞붙은 전적이 있다. 당시 사업 예산은 38억360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두 업체는 사업이 가져올 부가 가치를 고평가해 모두 입찰 가격을 ‘0원’으로 제시하는 등 출혈 경쟁을 펼쳤다. 결국 두 업체의 점수가 같아 전자 추첨 방식을 통해 현대로템이 승리했으나, 향후 방사청의 다목적 무인차량 수주전에서 다시 한번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도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소형 무장헬기 유·무인복합체계(MUM-T)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3년 착수 예정인 헬기 발사형(Heli-borne) 무인기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헬기 발사형 무인기는 헬기에 탑재된 캐니스터(발사통)에서 소형 무인기를 발진해 지상 정찰이나 공격 임무를 대신하도록 하고, 유인기 조종사는 정보를 수신하면서 적에게 직접 타격받을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KAI는 이미 지난해 10월 방위사업청의 신속시범획득사업인 헬기-무인기 연동체계 사업 계약을 체결해 수리온–무인기 간 상호 연동체계 구축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첨단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투자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 LIG넥스원)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8196억원으로 지난 2020년(6925억원) 대비 18.35% 늘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결국 무기 체계의 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무인 무기 개발로 당장 수익을 낼 수는 없더라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