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북미 수출이 늘어 수년째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농기계 업계가 올해는 원·달러 환율 상승 덕에 또 다시 실적이 한 단계 상승했다. 대동(000490)은 올해 매출 35%, 영업이익 120% 증가가 예상되고 TYM(002900)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동은 올해 3분기에 연결 매출 3236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77% 증가했다. 1~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 1조1367억원, 영업이익 8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긴 뒤 올해엔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382억원의 두 배를 넘겼다. KB증권은 대동이 올해 매출액 1조5000억원, 영업이익 9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TYM은 3분기 연결 매출액 2321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하며 대동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602% 증가했다. 매출액은 대동보다 1000억원가량 적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올라 대동의 두 배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은 10%를 넘겼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4배 성장해 32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액 9228억원, 영업이익 1174억원으로 연간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미를 중심으로 한 수출 구조가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취미로 밭을 경작하는 ‘하비 파머(hobby farmer)’ 증가와 더불어 최근 심화한 경기침체 영향으로 마당이나 경작지를 위탁해 관리하지 않고 스스로 경작하려는 경향이 늘면서, 국내 농기계 업체들의 트랙터 매출액이 늘었다. 대동과 TYM의 수출용 트랙터는 미국 트랙터 1위 기업인 ‘존 디어’보다 소형 모델이 많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업체의 트랙터 수출액은 2012년 5억1500만달러(약 6918억원) 규모에서 2020년 7억1200만달러(약 9564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엔 10억8900만달러(1조4628억원)를 기록하는 등 8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TYM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농업기계화율이 90%를 넘어 농기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해외 수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북미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는 매출 증가와 더불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77%, 602%씩 대폭 증가했는데 이는 북미 수출 호조 속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효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평균 환율은 1339원으로 전년 동기 1158원보다 크게 올랐다. 수출액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이 발생해 이익률이 늘어난다.
여기다 TYM은 전기바이크 등 신사업 확대로 비용 투입이 많은 대동과 달리 비용구조를 개선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TYM은 지난 7월 자회사 국제종합기계와 합병을 완료하면서 국제종합기계의 북미 브랜드였던 브랜슨(Branson)과 수출 브랜드를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TYM 관계자는 “인력 자원을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킨 효과”라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4분기에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대동은 현재 연 5만대인 생산량을 연말까지 7만대로 늘리고 이달 준공 예정인 모빌리티 신공장에서 전기바이크, 골프카트 등의 생산을 시작한다. TYM은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환경규제 ‘스테이지 5′, ‘티어 4′ 등을 충족하는 친환경 농기계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자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 부채금액은 대동이 3591억원, TYM이 1148억원이다. 양사 모두 지난해 말보다 부채금액이 800억원가량 늘었고 이자율이 1%포인트(P) 오를 때마다 당기손익에서 대동은 36억원, TYM은 11억원가량 손실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