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바퀴벌레, 개미 같은 해충방제 솔루션·컨설팅 업체로 잘 알려진 세스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수의 확진자가 쏟아지던 대구 대형병원을 비롯해 공공 인프라·다중이용시설 등에 방역 요원을 긴급 투입하는가 하면, 코로나19 초창기이던 2020년 4월 전국적으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때에도 방역 컨설팅에 참여했다.

해충방제를 넘어 방역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세스코 실적은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은 3847억원으로 코로나 직전이던 2019년(2790억원)보다 3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6억원에서 50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세스코 덕에 살충제·살균제 등 약제를 개발·판매하는 팜클도 덩달아 웃었다. 세스코 창업자인 전순표 회장의 장남인 전찬민 대표가 이끄는 팜클의 매출은 코로나 직전 100억원대에서 최근 2년 사이 260억~27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팜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은 세스코로부터 나왔다.

세스코 자회사로 출발한 팜클은 대표이사가 세스코 창업자의 장남이고 전체 매출의 절반이 세스코에서 창출돼 세스코가 일감을 몰아준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팜클 지분은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100% 소유하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이에 대해 세스코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방역소독 살균제 수요가 높아졌으며, 팜클은 환경부가 승인한 살균제 가운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 살균제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릴라이온버콘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구매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팜클의 세스코 매출 의존도는 코로나 이전부터 50% 내외였고, 팜클은 감사보고서에 “회사 영업은 기타 특수관계회사(세스코)와의 영업관계에 중요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45년 역사의 중견기업… 삼성 계열사로 오해도

“서비스 후 1개월 내 바퀴·개미가 다시 나오면 돈을 받지 않는 ‘100% 환불보증’” “해충은 강하지만 세스코는 더 강합니다”와 같은 TV 광고로 2000년대 초반 혜성처럼 대중에 등장한 세스코는 당시 신생기업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았다. 또 세콤(에스원의 시스템경비 서비스 브랜드)과 이름이 유사해 삼성의 계열사가 자본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세스코는 1976년 전순표 회장이 ‘전 우주를 방제하자’는 취지로 전우방제(全宇防除)란 이름으로 설립해 해충을 방제해주는 분야를 국내에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견기업이다. 2000년에 바꾼 세스코라는 이름도 전우방제의 영문명칭(Chunwoo Environment Service Co., Ltd.)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현재까지 일반사업체, 요식업장, 가정 등 전국 50만곳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급호텔, 유통매장, 식품공장, 병원 등 주요 위생시설에서의 시장점유율은 80~99%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해충 유입경로, 종류, 서식처, 생장 주기 등의 요인에 따라 2200여가지 맞춤 방제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전국 8개 지역본부에 100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35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중국·베트남 법인도 운영 중이다.

현재는 전 회장 외에 차남인 전찬혁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비상장사인 세스코의 주주는 3명이다. 정확한 지분관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전 부회장이 대부분을, 나머지를 전 회장과 부인 김귀자씨가 1% 안팎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여전히 외부 무대는 전 회장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전순표 회장 부인 회사에서도 수십억원 약제 구입

전순표 세스코 회장의 장남인 전찬민 팜클 대표. /조선DB

전순표 회장의 장남이 이끌고 있는 팜클은 세스코가 전우방제 시절이던 1989년 수직계열화를 통해 회사 서비스에 쓰는 약제를 직접 개발, 생산하기 위해 ‘전우약품’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글로벌 대형 기업이 독점 공급하는 일부 약제의 경우 비싼 가격에 수입할 수밖에 없고, 이들이 가격을 올릴 경우 공급에 차질이 생겨 직접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회사이던 전우약품은 2000년 세스코로부터 의약외품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팜클로 독립 경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팜클은 세스코뿐 아니라 다른 국내 2000여개 군소 방역회사와 정부 보건기관에도 약제를 납품 중이다.

세스코는 팜클 외에 씨비티라는 약제 개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씨비티는 김귀자씨의 지분이 100%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대표이사에는 전찬민 팜클 대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세스코는 씨비티로부터 약 58억원의 약제를 매입했다. 두 회사의 거래 금액은 전년(49억원)뿐 아니라 매년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녀가 지분을 다수 가지고 있는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이 나게 해 일차적으로 돈을 벌게 해주고 장기적으로는 상장 등을 염두에 두고 지분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편법적 증여로 볼 수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증여하는 대기업의 방식을 중견기업이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봐도 두 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부당 이익을 안겼는지는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스코 측은 “지난해 말 자산이 약 3406억원으로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공정거래법이 적용돼도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회사와의 거래 규모만을 이유로 사익편취 행위(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