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페인트업계가 올해 2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제품 가격 인상 효과 덕에 영업이익이 최대 1500% 오르는가 하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이런 가운데 홀로 적자를 기록한 조광페인트(004910)는 2018년 3세 경영이 시작된 이후 실적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 조광페인트 측은 “그간 수익을 내지 못하던 신소재 분야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실적 개선에 자신감을 보였다.

조광페인트는 국내 페인트업계 시가총액 4위 기업이다. 목공용 도료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체 매출의 37%를 목공용 도료에서 내고 있고, 특수 도료 매출 비중도 목공용 도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LX하우시스(108670), 르노삼성자동차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연결 대상 종속회사로는 조광페인트 베트남 법인과 방열 소재 개발회사 ‘CK이엠솔루션’이 있다. 그 밖의 계열회사로는 노르웨이 ‘요턴(JOTUN)’사와의 합작회사인 ‘조광요턴’이 있고 촉매 개발회사 ‘리포마’, 코팅제 개발회사 ‘스메코’가 있다.

그래픽=손민균

◇ 업계 유일 모녀경영… 양성아 대표 체제 굳건

조광페인트는 업계에서 흔치 않게 모녀경영 체제를 갖추고 있다. 창업주 고(故) 양복윤 회장의 장남인 2세 양성민 회장이 2015년 별세한 뒤, 아내 송경자(80) 회장과 막내딸 양성아(45)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6월 말 기준 지분율은 각각 4.65%, 18.62%다. 이어 양 대표의 두 언니인 은아·경아씨가 각각 5%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밖의 친인척과 방계혈족을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주식 보유 비중은 37.77%다.

양 대표는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를 나와 서던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마치고 2003년 조광페인트에 입사했다. 전무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2018년 41세에 대표이사가 됐다. 현재 조광페인트 대표이사직과 더불어 조광요턴 비상무이사, 리포마 대표이사, CK이엠솔루션 사내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회사 경영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양성아 대표 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양 대표의 두 언니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아버지인 양성민 회장 별세 후 그가 남긴 지분 12.22%를 이듬해 전부 상속 받았다. 상속 전 5%대였던 지분이 단숨에 17.84%로 오르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지난 2020년 4월 송 회장이 양 대표에게 주식 10만주를 증여하면서 지분율은 18.62%까지 올랐다.

그래픽=이은현

◇ 대표 취임 후 실적 하락세… 혹독한 신고식

양 대표에게는 실적 개선이라는 큰 숙제가 있다. 공교롭게도 양 대표가 취임한 2018년부터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광페인트는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 2012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2.57%로 낮은 편이다. 양 대표가 취임한 이듬해 매출액은 2095억원으로 소폭 올랐으나 영업이익이 1억원으로 크게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0%대로 떨어졌다.

2019년 들어서는 매출액 감소와 함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까지 번지면서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1년 실적은 매출액 2385억원, 영업손실 88억원이다. 당기순손실은 244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 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 다시 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경쟁사 대비 안정적이었던 부채 상황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1725억원이었는데 매분기 100억원 이상씩 늘면서 6월 말 기준 2000억원을 넘겼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부채비율은 46%→74%→81%→73%→99%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1, 2분기 부채비율은 각각 108%, 115%를 기록하며 100%를 넘겼다.

그래픽=손민균

◇ ‘효자’ 회사도 적자 전환… “신사업 성과 가시화 기대’

최근 몇년 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조광요턴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조광요턴은 조광페인트가 노르웨이 기업 요턴과 함께 50%씩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대형 조선소 등에 선박이나 해양구조물에 쓰이는 페인트를 판매하고 있다. 양 대표의 친인척 홍민규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고 양 대표도 비상근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광요턴은 조광페인트의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기 때문에 그 수익은 영업외수익에 지분율만큼 반영된다.

조광요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79억원, 117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는데, 이듬해 조선업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해 영업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20년에는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영업외수익이 포함된 순이익은 45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광요턴은 지난해 103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조광페인트 순손실도 영업손실(88억원)의 3배에 가까운 244억원을 기록했다.

조광페인트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대비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고부가가치인 비(非)도료 사업분야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도 연구개발(R&D)투자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연구개발 비용 지출은 최근 3년 간 감소세다. 조광페인트는 2020년과 2021년 상반기에 각각 41억원, 3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는데, 올해 상반기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26억원 수준이었다.

조광페인트 관계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하다”며 “올해 연간 연구개발비 지출 금액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비율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분기 영업손실에 대해선 “수익률 방어를 위해 제품가를 올렸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아직 받고 있다”며 “특히 2분기에는 자회사 CK이엠솔루션 투자금 지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CK이엠솔루션에서 수익이 나진 않지만,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점차 수익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개발에 착수했던 신제품들도 적용 가능한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