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독(Dock·선박건조장)의 생산 차질이 22일로 51일째를 맞았다. 전날 협력사 노사는 밤 늦게까지 협상을 했으나 노조 측의 고소·고발 취하 요구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했다.
하청노조와 함께 대우조선 협력사협의회와 협상한 홍지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밤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내 서문금융센터 내 마련된 협상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당한 의지를 갖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2일 이른 아침부터 교섭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대표들과 하청노조 측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여섯차례 교섭과 정회를 반복했다. 점거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배상 청구와 형법상 업무방해죄 고발을 취하하고, 이후 추가 제소를 하지 말라는 게 하청노조의 요구였다.
하청노조는 지난달 2일 파업을 선언하고, 지난달 22일에는 1번 독 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내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며 점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매일 260억원의 매출 손실, 60억원의 고정비 손실 등 지금까지 약 7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매출 손실은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만, 수천억원이 넘는 고정비 손실은 확정 손실이다. 하청 노조는 파업은 하면서도 손해 배상 소송은 두려워하고 있다.
사측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하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나선 협력사가 이를 받아들이고 싶어도 고소고발은 원청인 대우조선이 하는 것이라 그 수용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우조선은 상장 기업이라 소송을 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하청노조 측은 지회장 등 지도부 5인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고 나머지 조합원은 제외해 달라고 제안했고 이 같은 방향으로 노사 양측의 협의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임금 및 노조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 우선 하청노조가 기존의 임금 30% 인상 요구를 내려놓고 협력사측이 제시한 4.5%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전임자 타임오프 및 사무실 제공 요구 등 노조 인정 문제도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 하청 노사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하청노조가 점거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앞 독 내 바닥에서 소방요원들은 대형 에어매트 2개를 설치했다가 철거하는 등 훈련을 진행했고, 경찰은 경비 병력을 8개 중대(1개 중대는 약 60~80명) 에서 12개 중대로 증원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대규모 추가 동원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