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올해 3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015760)이 지난 3월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에 307억원을 추가 출연한다.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 및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한전공대에 1200억여원을 출연했다. 한전은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돼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한전공대에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한전공대 건설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307억원의 자금 출연을 의결했다. 한전은 한전공대 캠퍼스 주요시설 건설공사 발주와 올해 학교운영 등을 위한 목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전과 자회사는 앞서 2019년 600억원, 지난해 645억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다. 이 가운데 한전은 2020년 384억원, 2021년 413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에 이번 출연금의 일부를 분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공대는 2031년까지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 등 1조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1조원가량을 한전이 부담한다. 무상으로 제공받은 부지(40만㎡) 비용 1670억원을 빼더라도 약 8800억원을 한전이 출자해야 한다. 나머지 자금은 정부와 전남도, 나주시 등이 부담하기로 했으나 전남도와 나주시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수준이라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을 지출하기는 무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자체 출연금이 줄어들 경우 한전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한전 역시 한전공대에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 한전은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에 7조786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2분기에도 최대 6조2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시장은 추산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앞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키로와트시(㎾h)당 5.0원 올렸고, 10월에는 ㎾h당 4.9원 인상을 예고했다.
정부는 한전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한전에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전은 이달 중 5개년 재정건전화계획을 세워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의 고유 기능과 무관한 자산이나 복리후생을 위한 자산 등을 매각하는 내용(비핵심자산 매각), 수익성이 낮거나 손실이 누적된 사업은 구조조정을 하는 내용(투자·사업 정비), 인력을 재배치하고 중복되는 조직은 재정비하는 내용(경영 효율화)을 재정건전화계획에 담는다. 이행실적은 반기별로 점검한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한전이 한전공대를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한전공대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지원·충당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기금으로, ‘준조세’의 성격을 갖는다. 윤석열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의 한전공대 출연을 불허하거나 시행령을 재개정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