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A사는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총파업)로 물류가 중단되자 추가적인 체선료와 보관 비용, 항공운송 전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다.

오리털을 생산·수출하는 B사는 생산 직후 출고시켜야 할 오리털 특성상 6000만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철도차량 부품을 수출하는 C사는 중국에서 들여온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입하지 못해 생산라인이 중단됐다. 최대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총 파업 이틀째인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도로에 조합원들의 차량이 멈춰 서 있다. /뉴스1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11일까지 화주들로부터 이 같은 애로사항 총 155건이 접수됐다고 12일 밝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까지 접수된 애로사항 155건 중 절반 이상인 102건(65.8%)은 수출 관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납품 지연이 39건(25.2%), 위약금 발생이 34건(21.9%), 선적 차질이 29건(18.7%)이었다.

수입 관련은 53건(34.2%)으로, 원자재 조달 차질이 24건(15.5%), 생산 중단이 14건(9.0%), 물류비 증가가 15건(9.7%)이었다.

이날 역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 차질이 이어졌다. 당장 전국 건설 현장에서는 장기간 시멘트 운송 중단으로 공사 중단 사태가 우려된다.

충남에서는 서산 대산공단 등 10여곳에서 파업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공주 한일시멘트는 파업 이후 물량 운송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서산공단과 당진 철강회사 등은 임시 야적장에 물량을 쌓아놓고 있다가 급한 물량만 파업 집회나 차량 운행 감시가 끝나는 오후 9시 이후 새벽까지의 시간대를 이용해 물량을 실어 나르는 형편이다.

강원에서는 영월 한일시멘트, 동해 쌍용씨앤이, 강릉 한라시멘트 정문 앞 등 세 곳에서 파업 집회가 진행됐다. 충북에서도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성신양회 단양공장, 한일현대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제주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수인 골조 공사 현장의 경우 당장 13일부터 공사 중단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 제주지부가 제주항 6부두에서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륙지역에서 시멘트 등 자재 등이 들어오지 못하면서다.

철강업계도 초비상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13일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이후 매일 약 2만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현재까지 쌓아둔 제품만 약 11만t에 달한다.

생산차 출하, 주요 항구의 컨테이너 반·출입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직원들은 직접 출고된 차량을 운전해 중간 거점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기아도 수출용 완성차를 옮기지 못해 공장 인근 주차장에 보관하고 있다. 오토랜드 광명·화성 공장과 계약한 차량 운반차 200대 중 98%가 화물연대에 속해 있어 완성차 수송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부산항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5167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으로 감소했다.

무역협회 측은 “애로상황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동시에 군위탁 화물 차량의 수요를 조사해 비상수송위원회에 건의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