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관악구 롸버트치킨 6호점.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자 주방 창문 너머에 있는 흰색 로봇팔이 시선을 끌었다. 주방 튀김기 앞에는 사람 대신 우람한 로봇팔이 있었다.

주문을 넣자 한쪽 벽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알림이 떴다. 직원이 반죽을 입힌 닭을 튀김 바구니에 담아 거치대에 걸어두고 ‘조리 시작’ 버튼을 누르자, 로봇팔이 움직였다. 사람 손보다는 느리지만 정확하게 바구니 손잡이를 잡고 튀김기에 담갔다. 치킨이 조각조각 잘 튀겨지도록 정해진 시차를 두고 바구니를 앞뒤로 흔들기도 했다.

정확히 6분 뒤 순살 치킨 한 마리가 완성됐다. 바구니를 쥐어 올려 기름을 털어내고 거치대에 바구니를 올려두는 것으로 로봇팔의 일이 끝났다. 직원이 포장이나 접시에 담는 일을 마치면 다음은 서빙로봇의 몫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데 순살 치킨은 6분여, 뼈 있는 치킨은 10분가량이 걸린다. 주방 관계자는 “한번에 최대 6마리까지 동시에 조리할 수 있어 100마리를 튀기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치킨 로봇’은 스타트업 로보아르테의 손에서 탄생했다. 메뉴별 조리 시간과 상황별 동선 등을 프로그래밍해 기존 로봇팔 제품에 입력했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가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말하는 이유다. 로보아르테는 정량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름의 온도와 산도를 유지해 ‘늘 같은 맛’을 구현한다. 로봇은 1~7호점에 각 한 대씩, 그리고 본사에 3대가량이 더 있다. 6호점을 제외한 모든 매장이 포장과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1인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강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 식당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아르바이트 인력이 배달로 옮겨가 식당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치킨집 주방은 뜨거운 기름 앞에서 유증기를 마셔야 해 선호도가 높지 않다.

30일 오후 서울 관악구 롸버트치킨 6호점에서 로봇팔이 치킨을 튀기고 있다. /이은영 기자

강 대표가 미국 뉴욕에 매장을 내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 여기보다 대도시인 뉴욕에서도 분명히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면서 “최근 뉴욕 맨해튼에 시장조사를 다녀왔는데, 그곳도 여러 식당에 오래된 구인 공고문이 붙어있었다”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기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점으로 레시피의 정확성과 개인화를 내세웠다. 그는 “회사마다 치킨을 튀기는 온도가 정해져있고 가맹점들은 그 레시피를 따라 조리하지만, 냉장 상태의 차가운 닭이 기름에 들어가면 기름 온도가 낮아진다”며 “특히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조리할수록 더 그렇다. 의도와 달리 레시피와 다르게 조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롸버트치킨은 기름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개인의 입맛에 맞춘 주문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7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로보아르테는 최근 경기도 하남에 7번째 직영 매장을 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을 시작해 매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가맹주는 튀김기 앞에서 일할 인력 대신 월 120만원 안팎의 로봇팔 렌탈비와 소프트웨어 구독료를 지불하면 된다. 로보아르테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