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넷플릭스, 음악에 스포티파이가 있다면, 아트에는 니오가 있다.”
디지털 아트 플랫폼 ‘니오(Niio)’의 롭 앤더스(Rob Anders)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회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 달에 10달러(약 1만2500원)만 내면 언제 어디서나 TV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디지털 아트 작가들이 완성한 작품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할 수 있다.
2014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니오는 전 세계 102개국에서 8500명 이상의 디지털 아티스트와 갤러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아트 플랫폼 기업이다. 현재까지 누적 1만8000점이 넘는 디지털 아트를 확보했다. 주 고객층은 구독자, 수집가(갤러리), 호텔 등 상업용 공간에서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B2B)이다. 지난해 1500만달러(약 188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니오는 지난해 9월 삼성전자(005930)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한국에서도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두 회사는 상업적인 공간에서 삼성 TV 디스플레이를 통해 니오의 디지털 아트 콘텐츠를 전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앤더스 CEO는 “작가들은 우리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세계가 지금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아트가 지금 세대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매체(도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니오는 작가들이 아이패드(애플의 태블릿PC) 등을 통해 만드는 디지털 파일을 저장하고 갤러리 등이 이를 수집·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3년간 1500만달러를 들였다. 파일은 그림처럼 움직이지 않거나 약간의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가기도 한다. 영상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몬드리안호텔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스크린에는 앨리 매거자이너(Eli Magaziner)의 ‘임팔라 가든’이 잔잔하게 움직이며 전시 중이었다.
처음 니오가 설립됐을 때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우리는 조만간 누군가는 백만달러에 JPEG 파일 형식의 디지털 작품을 구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투자자들은 우리를 미쳤다고 했다. 사업은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가 시장에 너무 빨리 뛰어들었다. 첫 투자 단계였던 시드(seed·씨앗) 투자가 2018년에서야 시작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아트 시장은 최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성장 궤도를 밟고 있다. 디지털 아트 복제, 왜곡 우려를 NFT로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고, 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 아트 시장에도 자금이 몰리며 기회가 생겼다. 글로벌 투자회사 요즈마그룹코리아에 따르면, 디지털 아트 시장은 2025년까지 최대 1000억달러(약 125조원)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디지털 아트 창작 플랫폼이나 미술품을 매매할 수 있는 조각 투자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앤더스는 “처음 큰 트렌드가 시작될 때 많은 회사가 나오고, 뭉칫돈이 몰린다”며 “이스라엘이나 전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아트 시장에 대한 열기는 비슷하다. 시장이 점점 정상화되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전체 90%는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