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그룹이 운영하는 세빛섬이 지난해에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빛섬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존속 능력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각종 규제로 수익 사업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방문객까지 줄어든 탓이다. 재계에서는 세빛섬의 탄생 배경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는 만큼, 올해 6월 지방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규제를 풀어 세빛섬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주회계법인은 지난달 30일 세빛섬에 대한 2021년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의 그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금융비용 여파로 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총부채만 1200억원에 달해 총자산을 759억원 초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주회계법인은 앞서 2020년도 세빛섬의 감사보고서에서도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세빛섬 야경. /효성그룹 제공

서울 서초구 한강변에 설치된 세빛섬은 2014년에 문을 연 수상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명 ‘한강 르네상스’를 표방하며 세빛섬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전체 투자 금액 1390억원 가운데 1200억원을 효성이 조달했다. 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효성티앤씨(298020)가 현재 세빛섬의 지분 62.25%를 보유한 대주주로 있으며 서울주택도시공사도 지분 29.90%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은 서울시와 체결한 민간투자사업(BOT) 계약에 따라 오는 2034년 9월까지 세빛섬을 무상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세빛섬은 2014년 개장한 이래 단 한 해도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작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빛섬은 45억원의 매출에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000억원에 가까운 단기차입금에 따른 금융 비용으로 순손실 규모는 58억원이 넘는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59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매해 적자가 누적되면서 부채가 자산을 700억원 이상 초과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세빛섬이 그동안 정치적 논란과 각종 규제에 막혀 수익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전임 서울시장이었던 고(故) 박원순 시장은 세빛섬 사업을 두고 ‘민간 기업에 유리하게 체결된 불공정 계약’이라며 개장을 연기했다. 준공 3년 만에 개장했지만, 서울시가 세빛섬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행사 유치가 불가능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세빛섬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효성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빛섬의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야외 공원, 레저활동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빛섬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해 12월 입점한 와인바 ‘무드서울’의 경우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전문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의 세빛섬 입점 등 수익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게 효성 측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재선하면 세빛섬에 대한 규제 해제 등 정상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효성은 세빛섬을 타임스퀘어와 같은 광고물 관광명소로 조성하려는 계획이지만, 옥외광고물법 및 하천법에 따라 ‘부선(艀船·떠 있는 배)’인 세빛섬은 외부에 광고를 게시할 수 없다. 여기에 한강시민공원 부지 안에 있다는 이유로 각종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오 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됐을 당시에는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아 세빛섬을 지원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컸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각종 규제를 풀어 세빛섬 정상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