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스타트업(초기 기업) 포자랩스는 지난달 김태현 전 현대모비스(012330) AI 개발자를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했다. 네이버(NAVER(035420))의 스타트업 투자사 D2SF(D2 Startup Factory)가 2018년 발굴해 설립된 포자랩스는 지난해 네이버 D2SF를 포함해 프리 시리즈A(시리즈A 이전 투자 유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포자랩스는 지난 5일 세계적 컴퓨터 비전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김선주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연세대 인공지능학과 학과장 겸임)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회사는 전문가 영입을 발판으로 영상에 최적화된 배경음악 생성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설립됐지만, 그해 말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안착 중인 ‘비욘드뮤직’은 콘텐츠 분야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는 안석준 FNC엔터테인먼트 대표를 회사 고문 겸 관계사(콘텐츠테크놀로지스)의 파트너·총괄고문으로 영입했다. FNC엔터 산하의 FNC인베스트먼트를 470억원에 인수한 데 이은 공격적인 행보다. 콘텐츠 분야의 최정상급 인재를 끌어안은 만큼 회사의 인수합병, 전략투자, 매니지먼트 역량이 빠른 시일 내 올라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나 이미 성공 궤도에 오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서 초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인재 발굴에 비상이 걸린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사람 확보’에 최우선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이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연봉,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등을 제시해 금전적으로 매력이 있고 경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스타트업 이직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기존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현재 매출, 수익 등을 보고 하는 것이지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미래 가치에 가중치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느 날 갑자기 폐업할 수도 있는 게 스타트업이지만, 그만큼 기회도 크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향하는 인재들이 늘어나는 추세는 2020년 전후 본격화된 ‘제2 벤처붐’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고, 이 돈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으로 대거 흘러가면서 ‘쿠팡’ 같은 대박 신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자금 유치 가능성이 커졌으며, 성공 시 크게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11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금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5210억달러(약 738조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년(2940억달러)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벤처투자 광풍’이 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기던 제1 벤처붐 때도 이직 행렬이 잇달았다”면서 “당시 대기업들이 만들었던 사내벤처 제도는 회사 안에서 혁신의 씨앗을 만들겠다는 의미 외에도 우수 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