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과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환경 친화적 생산활동으로 탄소배출 감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국가 재난 사태 때마다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며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은 한국 사회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국가적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경북 울진·강원 삼척지역에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구호성금 30억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에는 삼성그룹 8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삼성은 2019년 태풍 미탁 및 강원도 산불 발생 당시에도 성금을 각각 20억원씩 기부하고 피해복구 지원을 봉사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국난 극복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마스크 생산업체와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 업체 등에 자사의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를 파견해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을 펼쳤다. 2020년 말 코로나19 백신 주사 잔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LDS(Low-Dead-Space) 주사기’ 생산 기업 풍림파마텍에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 30명을 급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의 지원으로 1개월 만에 월 1000만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LDS 주사기는 ‘협상 지렛대’로 부각됐다. 이를 계기로 백신 도입 협상이 급진전됐고, 화이자 백신을 국내에 조기 도입할 수 있었다.

그래픽=손민균

현대차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중장기 전기차 판매목표를 2026년 84만대, 2030년 187만대로 제시했다. 2021년 연간 14만대를 기록한 전기차 판매 규모를 5년 내 6배, 10년 이내에 13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경우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21년 3% 초반에서 2030년 7%로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총 17개 이상의 차종으로 구축하는 등 전동화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보호와 산업 안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모범 기업’이 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개발 확대뿐 아니라 안전 보건 활동, 사회 공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 3일 ‘2022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친환경차 비중을 52%까지 끌어올려 선도적인 전동화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17%인 친환경차 비중을 2030년에는 52%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은 ESG경영 가운데 특히 환경 분야의 문제 해결 및 가치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규모인 2억톤(t)의 탄소를 줄이는 데 SK그룹이 기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배터리, 반도체 등 미국에서 향후 4년간 400억달러(약 49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탄소저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SK그룹의 목표와 의지는 구체적 실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SK그룹 8개 관계사는 2020년 한국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RE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약속이다. 환경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그룹내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했고 수소사업추진단도 구성했다.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한 뒤 169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구본무 회장은 생전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구광모 현 회장이 2018년 6월에 취임한 뒤 LG복지재단은 이듬해 의인상 수상 범위를 ‘국가·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에서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로 확대해 선한 영향력 확산에 나섰다. LG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시 기부하기도 했다. 상금을 다시 기부한 수상자는 확인된 건만 34명으로, 5명 중 1명꼴이다.

롯데그룹은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나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지속가능 성장의 원동력으로 보고, 실질적인 파트너사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는 약 1조원에 달하는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며 파트너사 대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에는 대기업 최초로 전 계열사에 상생결제제도를 도입해 중소 파트너사의 안정적 자금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롯데는 롯데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을 통해 상생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창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강기업 포스코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철강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대 지향점으로 ▲철강 탄소중립 완성 ▲신(新) 모빌리티 견인 ▲그린에너지 선도 ▲미래 주거 실현 ▲글로벌 식량자원 확보를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그룹 차원의 ESG 활동 강화를 위해 ‘한화그룹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계열사 ESG 경영 지원·자문과 그룹 차원 ESG 활동을 주로 맡는다. 모든 상장 계열사와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에도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각 사 ESG위원회는 환경과 안전, 사회적 책임, 고객과 주주 가치, 지배구조 등 ESG 모든 분야의 기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중장기 목표 등을 심의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SG 경영 비전으로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Future from the ocean)’를 제시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G경영의 핵심은 수소다. 수소는 물을 연료로 하는 만큼 양이 무한에 가깝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수소를 해상에서 생산, 저장한 뒤 육상으로 운반해 차량용 연료 등으로 판매하거나, 전기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의 변화와 성장을 선언한 KT는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기술을 활용해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국내 최고의 공정 준법 이행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추진 전략으로 발표하며, 노사가 함께하는 차별화된 ESG 경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2050 탄소중립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원자재 조달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여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순환 자원 인증 등으로 전년에 비해 7.7배 개선된 총 5577톤(t)의 폐기물을 줄였다. 재활용 소재 활용과 패키징 기술 개발로 1019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1527t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중국 우한에 전세기를 투입해 교민 367명을 한국으로 수송해왔다. 당시 우한 전세기에 함께 탑승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은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 고객, 직원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우한을 시작으로 호주, 인도, 방글라데시 등 해외 각처에 전세기와 임시편을 투입해 6000명이 넘는 교민을 수송했다.

네이버는 최대 규모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윈(현실의 사물·건물·공간을 복제한 디지털 가상세계) 등 신사업에 뛰어들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네이버는 매년 연간 매출의 25%가량을 이같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지난해엔 전년도(1조3000억원)보다 증가한 1조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LS그룹은 지난해 그룹 차원의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계열사는 전력 인프라와 종합 에너지 솔루션 분야의 오랜 사업적 경험을 살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분야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효성그룹의 ‘소재 3총사(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는 각사의 강점을 활용해 친환경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효성은 생산라인 공정운영 효율화, 고효율 설비 교체, 신재생에너지 사용, 저탄소 연료대체 등의 온길가스 감축 활동을 펼쳐 현재까지 약 9000톤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