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81%가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 예산과 인력을 더 늘릴 예정이다. 특히 ESG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부족해 관련 채용에 기업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과제로는 탄소배출량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환경 분야를 꼽았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의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86개사 중 81.4%가 지난해 대비 올해 ESG 사업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18.6%는 ESG 사업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 답했고, ESG 사업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없었다.
ESG 위원회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88.4%가 설치(64%)했거나 설치할 예정(24.4%)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기업의 82.6%는 ESG 전담부서를 이미 운영하고 있거나(71.0%) 설치예정(11.6%)이라고 했다.
조직은 마련했지만 전문인력 확보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ESG 전담부서 구성원의 업무 경력 기간이 5년 이하인 기업이 93.3%에 달했다. ESG 경영 애로요인으로도 ‘ESG에 대한 전문성 부족’(37.6%)과 ‘전문인력 미비’(10.8%)가 꼽혔다. 실제 ESG 전담부서 구성원의 업무 경력 기간을 보면 2년 이하가 54.1%로 절반 이상이었고, 3~5년이 39.2%였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말부터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에서는 ESG 전략·공시, 환경 분야 전문인력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ESG 중 가장 중요한 분야로는 환경이 67.4%로 가장 높았고, 사회(18.6%), 지배구조(14.0%)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환경분야 최우선 과제로 탄소배출량 감축(37.1%), 신재생에너지 활용(23.0%), 친환경 기술개발(13.5%) 등을 꼽았다. 사회 분야 우선과제는 사업장 안전 ·보건 관리(35.6%),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22.0%), 인권경영(12.7%), 노사관계(8.3%) 순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이슈에 대한 ESG 담당자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주주대표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나친 개입으로 기업경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응답이 58.1%로 ‘통상적인 주주권 행사’란 응답(24.4%)의 두 배가 넘었다. 노동이사제 확산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도입반대’(46.5%) 또는 ‘시기상조’(33.7%)란 응답이 80.2%를 차지했다.
ESG 관련 비재무정보 공시규제에 대해서는 72.1%가 ‘기업에 부담’이라고 답했다.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은 ESG 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의무화된다. 또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는 이달 글로벌 ESG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공시와 관련된 국내외적인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일률적인 공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로는 ‘비재무정보 정량화가 어렵다’(42.9%), ‘공개의무항목 범위가 과도하다’(23.0%), ‘공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16.2%)’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국내 기업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는 ‘감세·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39.3%), ‘ESG 관련 규제 완화’(26.6%),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17.9%)순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최근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4400억원 규모 친환경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건설은 2030년까지 2기가와트(GW) 규모 이상의 풍력사업 개발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