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우리의 일상과 업무환경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대면 접촉이 최소화됐고, 자연스럽게 회사의 업무환경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시장 리서치 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화상회의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8년까지 연평균 11.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환경의 온라인화는 팬데믹 시기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게 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듯이, 현재 실리콘밸리 유수의 기업들은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시사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2022년 1월부터 유럽 7개국에서 영구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밝혔고, 트위터 또한 직무 성격이나 여건이 맞는 직원들은 영원히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직장인 사이에서는 사무실 근무가 시작되면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겠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미국 언론 매체인 블룸버그가 올해 5월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39%가 고용주가 원격 근무에 유연하지 않을 경우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온라인 재택근무 환경으로의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줌(Zoom)이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Zoom의 화상회의 방식은 ‘줌 피로증후군(Zoom Fatigue)’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을 주기도 한다. 온라인 화상회의는 대면 대화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업무의 정신적인 피로도가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 이외에도 집중력 저하, 고립감, 모호한 일과 일상의 경계 등 업무환경의 온라인화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은 뉴노멀 시대의 경제적 생산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게더(Gather)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기존 화상회의 플랫폼의 불균형을 잘 파고든 대표적인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게더가 개발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화상회의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 Town)은 2020년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 오피스뿐 아니라, 화상회의 기능도 제공한다.
게더타운 사용자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한다. 아바타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고, 필요하다면 게더타운의 커뮤니케이션 툴(도구)을 활용해 회의를 진행한다.
필립 왕(Phillip Wang) 게더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회의에서 오는 피로가 현실 감각과의 괴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화상회의 솔루션이 공간 음향 기술과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해 현실의 모습을 잘 담은 자체적인 온라인 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줌’과 차별화된 게더타운만의 특징
줌 같은 기존 화상회의 플랫폼과 차별화한 게더타운만의 특징으로는 △유연한 화상 대화 △협업 툴 및 멀티미디어 연동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등 세 가지가 꼽힌다.
1│유연한 화상 대화
게더타운에 접속해 다른 사용자에게 접근하면 마치 실생활에서 만나듯이 자동으로 소통이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아바타를 통한 친밀한 교류가 가능하다. 대화를 하지 않는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화면과 소리가 차단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의 영향 없이 본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업무상 필요할 경우 상대를 직접 찾아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안한 온라인 업무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 간 유연한 화상 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2│협업 툴 및 멀티미디어 연동
게더타운은 줌, 구글 미츠(Google Meets) 같은 기존 화상회의 앱과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협업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Slack)의 기능에 더해 공유 드라이브인 드롭박스(DropBox),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의 기능을 하나의 재미있는 플랫폼에 담아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파워포인트, 구글폼 등이 제공하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협업 툴로써 제공하기도 한다.
3│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게더타운의 또 다른 특징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실제로 일하는 사무실이나 행사장을 그대로 본떠 자유롭게 맵(지도)을 제작할 수 있다. 아바타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자신만의 공간을 맞춤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게더타운은 참여자의 자유도가 낮은 기존 화상회의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일 수 있어 심리적 여유를 준다. 게더타운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실제로 많은 국내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OK금융그룹, 롯데건설, KB국민은행 등 여러 국내 기업이 온라인 채용설명회,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를 게더타운의 가상 공간을 통해 주최했다.
창업 1년여 만에 기업가치 2000억원 넘겨
2020년 5월 창업한 게더는 창업 초기 투자금으로 15만달러(약 1억7970만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화상회의 플랫폼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금 유치 규모도 급격히 커졌다.
게더는 지난 3월 2600만달러(약 311억원)의 투자 등을 유치하면서 1년도 안 돼 170배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진행 중인 투자 라운드에서는 게더의 기업 가치가 1억7600만달러(약 2108억원)까지 올라갔다. 해당 투자 라운드는 미국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의 주도로 와이 컴비네이터 컨티뉴이티 펀드(Y Combinator Continuity Fund), 넥스트 플레이 벤처스(Next Play Ventures),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가 참가했다. 엔젤투자자인 딜란 필드(Dylan Field), 제프 웨이너(Jeff Weiner), 케빈 하츠(Kevin Hartz)도 투자자로 참가했다.
팬데믹 이후에도 ‘온라인화’라는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적응해 나갈 것이고, 이에 따라 메타버스를 이용한 업무와 일상이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더타운은 서비스 개시 1년도 안 돼 4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축적한 게더타운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성장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찰해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