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0일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1’에서 공개한 변전소 순시점검 로봇 시스템.

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로비에 들어서자 네 다리로 걸어다니는 로봇이 보였다. 노란색에 중형견과 비슷한 크기인 이 로봇은 포크레인처럼 몸통 위에 팔도 달려있었다. 대학생들은 로봇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귀엽다”를 연발했다. 로봇은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행사장으로 들어가 한국전력(015760) 부스에 자리를 잡았다.

이 로봇은 이날부터 12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1′에서 한전이 선보이는 ‘변전소 순시점검 로봇 시스템’이다. 복잡하고 좁은 공간, 계단 등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다양한 센서 모듈이 탑재돼 있다. 한전 관계자는 “변전소 내 감시해야 할 포인트가 200곳 정도인데, 사람이 모두 수행하긴 어렵다”며 “이 로봇이 돌아다니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로봇 한 대를 보유 중인 한전은 검증이 끝나면 국내 변전소 두 곳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변전소 순시점검 로봇은 이날 관람객 앞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유연성을 뽐내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로봇이 펄쩍펄쩍 뛸 때마다 “어이쿠, 어이쿠” 소리를 내며 탄성을 자아냈다. 한전 관계자는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감시해야 할 부분을 로봇이 직접 판별하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로봇이 직접 충전기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1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1’에 마련된 LS일렉트릭·LS전선의 부스 모습./이윤정 기자

이날 한전과 함께 대규모 부스를 차린 LS일렉트릭은 태양광발전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초고압직류송전시스템 등 전력 종합 솔루션을 선보였다.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행사장을 찾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조선비즈와 만나 “우리 기술을 표현하기엔 부스 스케일이 작다”며 “멋있는 기술이 많은데 장소 제약으로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 공략과 스마트에너지 사업, 디지털 전환(DT)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며 “(부스를 가리키며) 이 모든 시스템들이 연결돼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방·진단을 할 수 있어 DT는 필수”라고 말했다.

한전이 개발 중인 유리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는 전기전도성이 높아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가볍고 제조 공정도 간편해 생산 비용이 실리콘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한전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반투명으로 유리창을 대신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전 관계자는 “2025년까지 130㎠ 크기의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산업용 기계제조사 토브가 3년간 개발 끝에 지난해 출시한 ‘태양광 청소 로봇’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태양광 패널은 조류 배설물, 황사, 미세먼지 등으로 쉽게 오염된다. 주기적으로 청소해주지 않으면 패널 수명과 발전효율이 떨어지는데, 태양광 패널의 크기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람이 직접 청소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토브의 태양광 청소로봇은 최대 20m 규모의 태양광 패널에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토브 관계자는 “한 대당 1300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구매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청소 로봇을 들고 가 청소까지 해주는 용역 서비스도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기계제조사 토브가 3년간 개발 끝에 지난해 출시한 태양광 청소 로봇.

한국전력연구원은 해상풍력터빈의 설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을 들고 이번 BIXPO에 출전했다. 보통 해상에 풍력발전터빈을 설치하려면 부품을 배에 실어 바다로 나간 뒤 하나씩 조립해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항구에서 하부 지지구조물과 상부 발전기를 모두 조립한 뒤 전체 해상풍력터빈을 한 번에 들어올려 바다로 옮긴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설치 방법에 비해 공사기간은 90일에서 10일로 80일을 단축할 수 있고, 공사비 역시 86억원에서 49억원으로 37억원이 절감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난 7월 군산항에 설치된 4.2메가와트(MW)짜리 풍력발전터빈은 하루 만에 설치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