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가 없어서 비료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연말까지 요소 공급이 안 되면 내년도 비축분은 꿈도 못 꿉니다.”
경북 포항의 한 비료 생산업체는 최근 비료 생산 가동률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수출 규제로 화학(무기질) 비료 원재료 중 하나인 요소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농사용 화학 비료의 주성분이다. 중국 대신 중동 지역에서 요소를 수입해올 수 있지만, 1년 사이 가격이 3배 이상 올라 영세 업체들은 차라리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있다.
이른바 ‘요소 대란’ 여파가 농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5일 비료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달 요소, 질산암모늄, 질산칼륨 등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을 강화하면서 국내 비료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화학 비료 생산에 가장 많이 필요한 요소 공급이 막히면서 비료 업체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가운데 3곳이 이미 비료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라며 “나머지 업체들도 재고 물량으로 비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요소 공급난이 지속되면 생산 중단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소와 같은 화학 비료는 배추, 고추 등 밭작물에 주로 쓰인다. 친환경 농업 확대로 과거보다 요소 비료의 사용량은 줄었지만, 증산에 큰 영향을 미쳐 여전히 농가들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특히 질소질 비료 45%가 요소 비료로 사용돼 농가들의 요소 수요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국내로 수입된 요소 55만톤(t) 중 약 22만t(40%)이 비료로 사용될 정도다.
한국은 주로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해온다. 한국비료협회 관계자는 “중국과 중동에서 수입해오는 비중은 7대 3 정도”라며 “가까운 중국에서 빠르게 원료를 가져올 수 있어 업체들이 중국산 비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요소의 규모는 총 56만4000t이었다. 이는 중국 요소 수출 총량의 14% 수준으로, 인도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최근 비료 업체들은 급한 대로 중국 대신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요소를 수입해오고 있다. 문제는 세계 최대 요소 수입국인 인도 역시 요소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평균 t당 270달러 수준이었던 중동산 수입 비료 가격은 전날 975달러까지 3배 이상 상승했다.
비료업체들은 농번기인 내년 봄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농한기라 비료 수요가 많지 않지만, 요소 품귀 현상으로 비축분 마련이 불가능할 뿐더러 이같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농가에선 요소수처럼 요소 비료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국이 겨울 밀 농사가 끝난 뒤 수출 규제를 푼다고 해도, 원재료를 조달 받아 생산과 유통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총연맹도 전날 논평을 통해 “요소 등 비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수입도 전혀 되지 않고 있어 영농철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요소수 문제뿐 아니라 화학 거름 원자재 부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비료 업체들은 비료를 구매해 농민에게 공급하는 농협이 비료 가격을 올릴 경우 품귀 현상이 일부 해소될 여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화학 비료 유통 구조는 농협이 입찰을 통해 기업에서 비료를 구매한 뒤 농민에게 되파는 형태로 돼 있기 때문이다. 비료 업체 관계자는 “농협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비료 가격을 올려준다면 비싼 값에라도 중동에서 요소를 사올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요소 품귀 현상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비료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비료 업체들의 고민이 큰 점은 잘 알고 있다”며 “가격과 수입상황을 토대로 다음달까지 수요조사를 진행해 합리적으로 비료 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