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부품 제조기업 우진산전이 첫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결과, 환경·사회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다. 우진산전은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을 추진하고 수소열차와 전기버스 등 미래 먹거리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진산전은 기업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디앤비(130580)가 진행한 평가에서 종합 B+등급을 획득했다고 14일 밝혔다. 종합 B+등급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우수한 ESG 관리 수준을 보유’했다는 의미다. 환경부문과 사회부문은 A등급을 받았다.

새로 만든 서울지하철 전동차가 우진산전 철도차량 종합시험센터(TTC)에서 서울로 출발하고 있다. /우진산전 제공

우진산전은 환경부문 세부 항목 가운데 친환경 제품 인증과 기술 인증 등을 평가하는 ‘환경실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진산전은 녹색기술인증(전기철도 차량용 추진제어시스템 기술, 전기철도 에너지 저장시스템 기술)과 교류기반 고속철도 변전소용 에너지 저장장치 등 친환경 기술 인증(특허)을 보유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환경경영인증과 정부 녹색전문기업 지위도 갖고 있다.

배출량과 이에 맞는 설비를 갖췄는지 보는 ‘환경 관리’ 부문에서도 우수 평가를 받았다. 우진산전은 2020년 매출 대비 용수 사용량을 2019년보다 6.9% 줄였다. 같은 기간 오폐수 배출량과 폐기물 처리량도 각각 7%, 3.9% 감소했다.

우진산전은 최근 1년간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산재 다발사업장으로 지정된 적도 없어 사회부문 ‘안전관리’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또 2020년 기준 영업이익(28억8000만원) 가운데 8.8%(2억5300만원)를 기부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공정사회’ 영역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지하철 1호선이 개통됐던 1974년 설립된 우진산전은 저항차용 주저항기를 시작으로 철도차량 전장품을 국산화하며 기술력을 닦아왔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철도차량 완성차를 제작하고 있다. 우진산전과 같은 제조 중견기업이 ESG평가를 자발적으로 받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김정현 우진산전 사장은 “50년 가까이 환경 경영을 추구해왔지만 내부적으로 ESG가 어느 수준이고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평가를 받았다”며 “대외적으로도 우진산전의 경영철학과 성과를 알릴 수 있을 기회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진산전은 그동안 친환경 경영을 이어왔다.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도장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여과·집진하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전력변환장치인 컨버터와 인버터를 시험하는 데 필요한 전력 공급원도 이달부터 디젤 발전기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바꿔 운영한다. 디젤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고 대기오염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진산전은 이번 ESG 평가 결과를 토대로 녹색채권 발행 등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및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우진산전은 확보한 자금을 설비에 투자, 미래 먹거리도 키워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우진산전의 전기버스 '아폴로1100'. /우진산전 제공

우진산전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수소열차 개발 국책과제를 2018년부터 수행하고 있다. 1회 충전시 연속 주행거리 600㎞ 이상의 수소연료전지 철도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노후 디젤 철도차량을 수소연료전지 철도차량으로 대체하면 탄소배출량이 51.9%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오는 12월까지 수소열차를 제작, 시운행할 계획이다. 계열사 우진기전은 수소열차의 수소 충전을 위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실증 특례를 승인받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버스는 시내버스를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진산전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 가운데 전기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8%에서 2020년 32%로 늘었고, 전기버스 구매보조금도 2019년 300억원, 2020년 650억원, 올해 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우진산전은 2030년대 들어 디젤버스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 연간 전기버스 도입량이 현재의 3배 수준인 1000대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진산전의 등록 전기버스는 올해 1분기까지 누적으로 현대자동차와 에디슨모터스에 이어 국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시내 저상버스(아폴로1100·아폴로900)를 비롯해 바이모달트램, 무선충전버스 등을 개발했다. 자율주행버스 상용화를 위한 국책과제도 진행하고 있다.

우진산전은 기술 개발을 통해 전기버스부터 트램, 경전철, 중전철로 이어지는 친환경 모빌리티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연 매출 7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지난해 매출의 3배 수준이다. 김 사장은 “우진산전의 목표는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ESG 경영을 토대로 한층 더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