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2021 수소모빌리티쇼+’가 열린 일산 킨텍스 제 2전시관. 현대자동차가 미래 장거리 물류를 위해 개발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이 소리없이 움직였다.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해 전시장 내 직선로를 천천히 지난 후 원형 로터리를 회전해 다시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코스였다. 트레일러 드론은 길이가 15.3m에 달하는데, 두 개의 보기(Bogie·열차 하단의 바퀴가 달린 차대) 위에 트레일러가 얹혀 있는 형태여서 좁은 로터리도 수월하게 통과했다.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수소모빌리티+쇼'에서 SK그룹 최태원(왼쪽)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이날 4872㎡ 규모의 전시장에 트레일러 드론을 포함해 재난 현장에 투입할 ‘레스큐 드론’,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 이동형 수소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 등을 선보였다. 유럽 지역에 수출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이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랙터’, 배달용 수소모빌리티 ‘엠비전(M.Vision) 2GO’,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가동하는 수소전기트램도 전시됐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 수소 모빌리티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선 회장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트레일러 드론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느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트레일러 드론./변지희 기자

이날 수소모빌리티쇼+ 전시회에는 앞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식에 참석한 10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기업 간 수소 협력을 위해 조성된 최고경영자 협의체로, 출범식 후 총수들이 다함께 전시를 관람했다. 수소모빌리티쇼+ 전시회에는 현대차그룹, SK그룹 이외에도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효성(004800)그룹, 두산(000150), 코오롱(002020)그룹 등이 부스를 마련했다.

이날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행사장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SK E&S 부스였다. SK E&S는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친환경 수소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추진 중이다. SK E&S는 액화수소·블루수소 생산 계획과 플러그파워, 모놀리스 등 글로벌 수소 기업과의 협력 계획 등을 소개했다.

현대차의 고성능 수소전기콘셉트카 비전FK./변지희 기자

최태원 SK 회장은 청정 블루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프로세스를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소로 개질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을 3D 모션그래픽을 통해 살펴보는 내용이다.

포스코그룹은 전시 현장에서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전통적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로,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탄소 배출 없는 게 특징이다. 포스코는 현재 보유 중인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해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상용화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는 앞으로 수소를 가장 많이 사용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앞으로도 수소환원제철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과 수소모빌리티+쇼에 참가한 기업 대표들이 8일 현대중공업그룹 '수소 드림 2030' 전시관 내 디오라마를 둘러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은 전시 부스에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직접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에게 수소 생태계 디오라마(축소 모형물)를 보여주며 그룹이 개발 중인 수소운반선, 수소탱크,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모형 등을 소개했다. 정 부사장은 수소기업협의체 출범 소감에 대해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액화수소 시대의 미래상을 선보였다. 전시 부스에 3D 영상과 전시 모형을 설치해 액화수소 플랜트와 충전소를 통해 수소가 생산, 유통, 활용되는 전 과정을 보여줬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은 “효성은 수소 생산과 공급, 저장, 활용 등 수소 생태계를 망라하고 있다”라며 “특히 수소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필수 소재인 탄소섬유 생산량을 연간 최대 2만4000톤(t)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 참가한 기업 대표들이 효성 전시관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정민하 기자

두산은 이번 전시회에 ㈜두산 퓨얼셀파워BU, 두산퓨얼셀(336260),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등 3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두산은 수소,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트라이젠(Tri-gen)과 발전·건물·주택용 연료전지, 수소드론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선보였다. ㈜두산 퓨얼셀파워BU는 이번 전시회에서 10㎾ 건물용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처음 공개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발전효율을 지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내년 초 실증에 들어가는 트라이젠을 소개했다.

코오롱그룹은 그룹 내 수소사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를 중심으로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이 참여했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사업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을 직접 생산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글로텍은 탄소섬유와 에폭시를 활용한 수소압력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며, 코오롱플라스틱은 차량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하우징 부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규호 부사장은 “수소경제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원앤온리(One&Only) 소재 기술력으로 수소 솔루션 공급자가 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2021수소모빌리티+쇼' 개막에 앞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주요기업 총수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공동취재단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003070) 부사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이사,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매년 9월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총회를 열 계획이다. 수소 관련 주요 이슈 및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매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 투자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수소 관련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