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은 미래에 전 세계 사람들이 밤하늘에서 기업 광고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송·인쇄 등 전통매체에서 PC·모바일로 넘어온 광고 시장이 이제는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CubeSat)’을 통해 우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의 우주 광고가 자연경관을 해치고 우주 쓰레기를 만들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주 광고에 쓰이는 큐브샛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 정도인 정육면체를 하나의 유닛 (1U)으로 하는 규격화된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이 큐브샛 두 개를 합친 직육면체를 2U, 세 개를 모으면 3U라고 하는데 기업은 이 큐브샛을 조합해 광고를 만든다. 큐브샛은 크기가 작은 만큼 개발 및 발사 비용이 저렴해 우주 스타트업, 대학 등에서 주로 활용한다. 보통 제작과 발사에 2000억~3000억원이 넘는 고가의 대형 위성과 달리 제작비가 1억~2억원으로 저렴하고, 발사비는 ㎏당 1억원에 불과하다.
러시아 우주 스타트업 ‘아반트 스페이스(Avant Space)’는 이 큐브샛을 이용해 밤하늘에 대형 광고판을 띄울 계획이다. 지구 상공 600㎞ 궤도에 띄운 큐브샛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지구 밤하늘에 기업 로고 등을 새기는 방식이다. 광고주가 원하는 지역의 모든 사람은 고개만 들면 광고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엔 우주와 유사한 조건의 광원(光源) 세기를 측정하기 위해 고도 30㎞ 성층권 상공에서 레이저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또 다른 우주 스타트업 ‘스타트로켓(StartRocket)’도 반사판을 탑재한 큐브샛을 쏘아 올려 반사된 태양광으로 기업 로고 등을 밤하늘에 비추는 광고 사업을 제시했다. 큐브샛은 하루에 3~4개 정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데, CPM(1000명 또는 1000가구에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텔레비전(TV)과 비슷한 9~15달러 정도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에 20여년을 종사했던 시토니코프 창업자는 “글로벌 음료업체인 펩시가 첫 고객이 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캐나다 기술 스타트업 GEC(Geometric Energy Corporation)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와 손잡고 우주 공간에서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광고용 큐브샛을 내년 초 발사되는 스페이스X의 달 탐사선 ‘팔콘 9′에 실어 적당한 궤도에서 사출하는 방식이다. 큐브샛의 한쪽 면에는 광고나 기업 로고를 띄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측면에는 셀카봉 형태의 카메라가 장착됐다. 큐브샛이 우주 궤도에 오르면 셀카봉이 디스플레이 화면을 촬영하고, 이 영상은 지상에서 유튜브나 트위치 등으로 생중계하게 된다.
광고를 게재하고 싶은 기업이나 개인은 암호화폐로 ‘토큰’을 구매해 큐브샛에 탑재된 디스플레이 속 광고 위치와 영상 재생 시간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광고 단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더 많은 광고비를 내면 누구나 경쟁사 로고 위에 자사 로고를 덧칠할 수도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무엘 리드(Samuel Reid) GEC 공동 창업자는 “아마 코카콜라와 펩시는 로고 자리를 두고 서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GEC는 이미 ‘팔콘 9′ 탑재 대금 전액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했고, 광고비 지불 수단에도 도지코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만 우주 광고는 실현되기에 앞서 여러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TV나 라디오 광고는 원하지 않을 경우 전원을 끌 수 있는데, 우주 광고는 밤하늘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 또 1년 정도인 큐브샛의 수명이 다하면, 폐기물과 충돌 잔해물 등이 우주 쓰레기가 돼 지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발사를 목표로 했던 스타트로켓도 빛 공해라는 국제여론에 부딪혀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위성 광고판은 기업 홍보 용도뿐 아니라 자연재해를 알리는 경고판이나 국가 공휴일 등 특별한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많은 사람이 안정을 위해 자연 속 밤하늘을 찾는 것을 고려하면 우주 광고를 한 기업의 평판이 오히려 떨어질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