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1호기가 조건부 운영허가를 받으면서 ‘쌍둥이 원전’인 신한울 2호기의 운명에 원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내년 6월 말 운영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신한울 1호기도 완공 15개월만에 운영허가를 받은 만큼 2호기의 운영 심의도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신한울 2호기는 현재 98.92% 공정률로, 한수원은 오는 8월 완공을 목표로 마감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곤 하지만, 핵 연료만 장착하면 운행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완공 상태다. 이번에 운영허가를 받은 신한울 1호기도 공정률이 99.1%였다.
한수원은 2014년 12월 신한울 1·2호기에 대한 운영허가를 신청했다. 보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사용전 검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 기간 등을 고려해 원전 완공 20~30개월 전에 미리 운영허가를 신청한다. KINS가 사용전 검사를 마무리한 후 원안위 전문위원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본격적인 운영허가 심의를 진행한다. 한수원은 연내 KINS의 검사 보고서가 원안위에 제출되길 기대하고 있다. 심의 기간 등을 고려해 내년 6월30일 운영허가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원전 업계에서는 신한울 1·2호기가 최신형 신형가압경수로(APR1400)를 적용한 쌍둥이 원전이라 두 원전의 심의가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APR1400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동일 기종으로 1400㎿(메가와트)급이다. 같은 원전이라 원안위가 신한울 1호기 대비 심의 기간을 대폭 단축해 조건부로 운영허가를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신한울 1호기에 대해 원전의 안전 관련 핵심 부품(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에 대한 추가 실험, 항공기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후속조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만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추가로 원전 운영을 허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초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신한울 1호기는 2018년 4월, 신한울 2호기는 2019년 2월에 상업 가동을 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2018년 경주·포항 지진 사태 이후 지진위험성을 반영한 부지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이유로 완공 시점을 연기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원안위 회의에서 신한울 1호기 운영에 대한 첫 심의가 열렸으나 여당 측 위원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운영 허가가 계속 지연됐다. 신한울 1호기의 조건부 운영허가가 승인될 때까지 운영 관련 보고 13회, 운영허가 안건 심의 2회 등 총 15차례의 회의가 열렸다. 일각에선 원안위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수원은 신한울 2호기의 승인이 내년 6월 중에 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원안위 여당 측 위원들이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기 말에 굳이 원전 운영을 추가로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원전 업계에서 나온다. 내년 6월 중 허가를 받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면 원안위가 재구성될 가능성이 커 운영허가를 받기까지는 시일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원안위가 신한울 2호기의 운영허가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탈원전 후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추가로 원전 허가를 내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한울 3·4호기처럼 신한울 2호기도 자연스럽게 차기 정권으로 선택을 넘길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