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협의체 OPEC+가 증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인상은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해운·항공업계의 비용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6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배럴당 75.88달러에 거래됐다. 연초보다 44.56%(23.39달러) 올랐다. 같은 날 선박 연료로 많이 쓰이는 고유황유 가격도 싱가포르 기준 톤당 439.5달러를 기록했다.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연초보다 35.6%(119.5달러) 올라 2019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가 뛰면서 해운업계의 연료비 지출도 늘었다. HMM(011200)의 경우 지난해 연료비로 4999억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 연료 비용은 1600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2080억원으로 늘었다. 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12척을 투입하는 등 선대 규모가 늘어난 영향도 있으나 연료비가 오른 영향이 크다는게 HMM의 설명이다. 지난 3월부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이 차례로 투입돼 연료비 증가폭도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객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항공업계의 부담은 더 크다. 항공유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배럴당 80.53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79.9%(64달러) 올랐다. 연료비용으로 대한항공(003490)은 올해 1분기 3250억원을, 아시아나항공(020560)은 1720억원을 썼는데 1분기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55달러 안팎이었다. 항공유 가격이 2분기에 더 오른 만큼 비용도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를 반영해 항공 운임에 붙는 유류할증료도 2개월 연속 오르면서 여객 사업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 5월 1단계(1200~9600원)에서 지난달에 2단계(3600~2만400원)로, 이번 달에는 3단계(4800~3만6000원)로 올랐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해상·항공 화물운임을 유가가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기준 3905.14로 지난해 동기보다 3.7배 뛰었다. 건화물선(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 6일 기준 3179로 1년새 1.6배 올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운임이 약세였을 때 선사들이 유류할증료 도입을 검토했었다”며 “현재는 운임이 강세여서 아직 유류할증료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 화물운임도 지난 5일 기준 홍콩~미국 노선에서 ㎏당 7.41달러를 기록하며 1년새 63% 올랐다. 지난달엔 ㎏당 9.5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분기 대규모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있어 운임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여기에 유가까지 오르면 운임은 더 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