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화물 운임이 지난 1년 사이 약 40%가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업계는 올해 2분기에도 화물기 투입을 대폭 늘리며 대응할 계획이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등 대형항공사(FSC)는 북미·유럽 노선을 바탕으로 고운임 수혜를 톡톡히 볼 전망이지만, 동남아 노선 위주의 저비용항공사(LCC)는 항공 화물 운임이 올라도 혜택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8일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 화물 운송 지수 TAC인덱스에 따르면 전날 홍콩~북미 노선의 화물 운임은 1kg당 8.46달러를 기록했다. 6달러였던 작년 6월에 비해 39.1%가 올랐다. 항공 화물 운임이 강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해운 대란 여파 탓이 크다. 해외에 수출할 컨테이너선을 못 구한 수출 기업이 화물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벨리카고(하단 화물칸)를 활용할 수 있는 여객기의 공급까지 줄었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늘면서 운임이 오르는 것이다.

그래픽=이민경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작년 1월의 경우 홍콩~북미 노선의 화물 운임은 1kg당 3.14달러에 불과했다. 같은해 5월에는 1kg당 7.73달러까지 올랐고 12월에는 7.5달러까지 강세가 유지됐다. 화물 운임은 올해 3월 4.9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조정을 받았으나, 2분기부터 다시 강세로 전환돼 지난 5월 10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9.53달러를 찍었다. 3월부터 5월까지 2달간 운임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화물 운임 상승은 항공사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작년부터 화물 운송을 확대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은 전년 대비 108%, 아시아나항공은 83%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객 사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각각 578억원과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화물 영업이 실적 돌파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항공 화물 사업 실적이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전히 벨리카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제 무역이 회복되고 해운 대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도 항공화물 수요를 늘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화물 운임 상승 효과를 보기 어려운 모양새다. FSC에 비해 물류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대형기가 없어 고운임의 장거리 노선을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 규모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해외로 실어나른 화물 규모는 54만6000t이 넘었지만, 같은 기간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 등 LCC들이 수송한 화물 규모는 약 2400t으로 200배이상 차이가 났다. 증권가는 올해 2분기 진에어(272450),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이 각각 468억원, 704억원, 30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 화물기에서 화물이 내려지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항공 화물 운임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수출기업들은 울상이다. 장기 계약보다 단기 운송 계약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항공유 가격도 1년 새 100%이상 오르면서 화물 유류 할증료까지 인상됐다. 일례로 대한항공의 경우 한국발 국제선 화물 유류할증료는 올해 1∼2월엔 0원이었지만, 최근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3월부터 1kg당 100원이 부과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해운 운임뿐 아니라 항공 운임까지 오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며 “바닷길부터 안정돼야 항공과 철도 운임도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