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한국 국민의 세금·준조세 부담률(이하 국민부담률) 상승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018년 24.2%에서 27.5%로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보유세도 늘어난 영향이다. 건강보험료가 매년 늘어난 탓에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도 크게 높아졌다. 세부담 증가 속도조절에 나서는 한편,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국민부담률은 2015년 23.7%에서 2019년 27.4%로 3.7%포인트(p) 올랐다. 이는 OECD 37개국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국민부담률은 평균 0.5%p 상승했다. 한국 상승폭의 7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2위인 독일(1.5%p)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연구원은 “한국 국민부담률 상승 추이를 5년 단위로 비교·분석한 결과에서도 최근 5년간 국민부담률 상승폭이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가장 컸다”며 “직전(2011~2015년·0.5%p) 상승폭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 국민들의 조세 부담이 늘어난 것은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세수 비중이 특히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2019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각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5년 수치와 비교해보면, 법인세 증가폭이 1.2%p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는 사회보장기여금(1.0%p), 소득세(0.7%p), 소비세(0.4%p), 재산세(0.2%p) 등의 순이었다.

세원별 부담률 증가폭이 큰 순서대로 국가들을 줄세워보면, 한국의 법인세와 재산세는 룩셈부르크(법인세 1.5%p, 재산세 0.5%p)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회보장기여금 5위, 소득세 7위, 소비세 8위 등 다른 세원 역시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2019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과 재산세 부담률은 각각 4.3%, 3.1%로 OECD 평균(법인세 2.9%, 재산세 1.9%)의 1.5배 수준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가 재산세 부담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 역시 1인당 GDP 3만달러가 넘는 OECD 국가 중에선 상승폭 1위를 기록했는데, 그 원인으로는 최근 건강보험료가 급증한 영향이 꼽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2018년 처음으로 OECD 내 비유럽국가 수준을 넘어섰다”며 “급격한 세부담 증가는 민간의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과도한 세율 인상을 지양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