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2019년부터 추진되고 있지만,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다. 수소 인프라(기반시설)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하니 수소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줄고 정책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모양새다. 이 때문에 국내 수소 개발이 경쟁국에 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수소종합경제포털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사업용 포함)는 총 3만6787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6만7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겠다고 밝혔으나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도 2025년까지 5000대 이상의 수소 상용차를 보급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1277대(일렉시티+유니버스+엑시언트 프로)에 그쳤다.

그래픽=손민균

올해 수소차 등록은 작년보다 더 감소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소차 신규등록 대수(상용차 포함)는 2815대로, 작년 동기(3930대) 대비 28.3% 줄었다. 1~9월 수소차 등록대수는 2020년 4421대, 2021년 6195대, 2022년 7391대 등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수소차를 외면하는 이유로는 우선 수소연료 가격이 꼽힌다. 정부는 올해까지 수소연료 가격을 ㎏당 3000원으로 단계적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수소충전소의 요금은 ㎏당 8800원이다. 민간 충전소의 가격은 ㎏당 9900~1만2000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 6.33㎏의 연료 탱크를 가진 현대차(005380) 넥쏘를 완충하려면 5만~6만원이 들어 가솔린차와 큰 차이가 없다.

수소충전소 보급 속도도 더디다. 정부는 전국에 총 310개의 충전소를 만들어 어디서든 최대 30분 이내에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총 190곳이다. 서울은 10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충전소 운영시간이 짧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거나 아예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충전소도 많다.

2024년형 넥쏘. /현대차 제공

충전소가 늘지 않는 이유로는 부지확보가 어려운 점이 꼽힌다. 광역자치단체가 부지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주민들의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 경우 수소충전소에 관한 인허가 권리는 자치구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 내부에 워낙 촘촘하게 건물들이 있어 (충전소) 부지확보가 쉽지 않다. 다른 대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수소 기술력은 세계에서 뛰어난 편으로 평가받지만, 시장 자체는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수소 인프라·제도 구축 계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이 상용차 내수를 바탕으로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수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