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중국에서 테슬라 모델Y보다 2000만원 이상 저렴한 전기차 EV5를 출시했다. 기아는 이 차를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는 반값 전기차 경쟁의 신호탄이 올랐다고 보고 있다.
29일 기아에 따르면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의 가격은 14만9800위안(약 2700만원)이다. 지난 8월 공개했던 가격보다 1만위안(약 180만원)이 낮아졌다.
EV5는 크기가 살짝 큰 테슬라 모델Y(26만6400위안·약 4800만원)와 비교해 12만위안(약 2000만원) 이상 싸다. 또 크기가 비슷한 내연기관 SUV 스포티지의 중국 판매 가격과 같게 책정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는 공식을 허문 셈이다.
EV5는 중국 브랜드 BYD(비야디)의 전기 해치백 돌핀(약 2100만~2300만원대)보다 약간 비싸고, 전기 SUV 송 플러스(약 3000만원대)보다 저렴해 중국 전기차와도 맞대결이 가능하다. 현지에서는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등 옵션을 고려하면 중국 전기차보다 싸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30%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각 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 또는 축소되고 있어 차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기아는 반값 전기차 실현을 위해 현지 생산을 택했다. EV5는 중국 장쑤성 옌청시 둥펑위에다기아(东风悦达起亚) 2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약 30% 싼 LFP 배터리를 채용했다.
기아는 EV5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LFP 배터리를 내재화해 2025년부터 전기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판매 중인 레이 EV, 니로 EV 등에는 중국제 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국내에 판매할 EV5에도 LFP 배터리가 장착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싼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시트로엥 e-C3, 피아트 판다 등의 전기차 가격을 3600만원 미만으로 설정할 예정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그룹 간 플랫폼을 통일하고, 인건비 등이 싼 동유럽을 생산지로 선택했다.
르노는 산하 브랜드 다치아의 전기차 스프링을 유럽에서 3000만원대에 판매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내년에 출시할 전기차 르노5의 가격은 3000만원 중반으로 설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