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톤(t) 전기 트럭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손질한다. 다른 차종에 비해 보조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또 지급 조건이 느슨해 중국산 트럭이 보조금을 쓸어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t 전기 트럭 보조금을 조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올 상반기에 진행했다. 용역에서 나온 결과는 곧 시작될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방안에 반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전기차에 비해 1t 전기 트럭 보조금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고, 중국산 트럭이 이를 노리고 국내 진출을 하고 있다”며 “보조금을 현실성 있게 조정하고, 체계도 세분화해 세금이 낭비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t 트럭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은 18.7%(3만5791대)에 달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9.8%인데, 두 배쯤 앞서는 것이다. 전체 전기차에서 1t 전기 트럭 비중은 21.8%였다.
이런 인기는 막대한 보조금 영향이다. 1t 전기 트럭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전기 승용차(680만원)의 두 배가량인 최대 1200만원(소형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2000만원까지 올라가고 소상공인에게는 국고보조금의 30%를 더 준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1t 전기 트럭 가격은 4000만원 중반인데, 보조금이 차 가격의 약 절반인 셈이다.
지급 기준은 느슨하다. 전기 승용차의 보조금 지급 조건은 가격, 성능, 충전인프라, 혁신기술, 사후관리, 보급목표 이행여부 등이고 전기 승합차(버스)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배터리 효율, 사후관리 등을 따져 보조금을 준다.
그러나 1t 전기 트럭은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250㎞)만 만족하면 보조금을 100% 준다. 정비·부품센터 등 사후관리 정도를 평가해 최종 보조금을 결정하지만, 조건 만족이 어렵지 않아 ‘묻지마 보조금’으로 불린다.
중국 1t 전기 트럭은 보조금을 받을 경우 1000만원대에도 살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중국 지리자동차 전기 밴 쎄아(3980만원)는 경남 거창군에서 127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거창은 최대 271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이를 노린 중국산 화물차의 종류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소형 전기 화물차(냉동 탑차 등 특수차 제외)는 모두 25종으로, 절반 이상인 14종이 중국산이다. 보조금도 중국산이 더 많이 받는다. 국산 1t 전기 트럭의 평균 국고 보조금은 871만원, 중국산은 1050만원이다.
과거 전기 버스도 대당 수천만원인 보조금을 중국산이 휩쓸어 간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보조금 지급 기준이 까다롭게 변경됐다. 중국산 버스에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많이 장착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럼에도 중국산 전기버스는 2021년 20종에서 지난해 29종으로 늘었고, 비중 역시 2021년 33.2%에서 지난해 38.7%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비중이 42.9%까지 늘어 국내 세금으로 중국 전기버스 업체를 지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