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종이처럼 돌돌 말린 상태로 감춰져 있던 3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화면이 3분의 1만 떠오른다. 내비게이션 모드를 실행하면 화면이 3분의 2 크기로 확대되면서 지도가 나오고, 엔터테인먼트 모드로 전환하면 16대 9 비율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모두 펼쳐진다. 현대모비스(012330)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롤러블(Rollable·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가 경기 용인시 마북기술연구소에서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시연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경기 용인시 마북기술연구소에서 자동차 디스플레이 신기술 시연 행사를 열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스위블(Swivel·가변형) 디스플레이, 홀로그램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차량 정보를 앞 유리에 표시하는 기술) 등 신기술이 공개됐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TV에 도입된 롤러블 기술을 자동차용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화면을 다양한 크기로 줄이거나 숨겨, 운전대를 잡지 않은 자율주행차 탑승객이 탁 트인 전방 시야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30인치 대화면을 표출해 운전은 자율주행에 맡기고 동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말아서 화면을 보관하기 때문에 12㎝ 깊이의 공간만 확보되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천장에서 화면이 내려오도록 장착할 수도 있다. 자동차 내부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QHD(2560×1440)급 이상의 해상도를 갖춘다.

스위블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화면이 통합된 형태다.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34인치 크기이며, 초고해상도인 6K급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적용됐다. 화면을 완전히 숨길 수 있고, '심플 모드'를 선택해 계기판에 주행 속도와 기어 상태, 간단한 주행 경로만 표출되게끔 설정할 수 있다.

한영훈 현대모비스 EC랩장(상무)은 "디스플레이 화면이 클수록 노브(손잡이)나 버튼을 배치할 공간이 부족해 운전에 방해가 되는 문제가 있는데, 자율주행은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선 자율주행 고도화가 중요하다.

홀로그램 AR HUD는 실제 사물이 있는 위치에 정보를 표출한다. 일반적인 HUD는 주행 속도나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앞 유리에 표출하는데, 초점 거리가 운전자 기준 2~3미터 전방에 고정돼 있다. 운전자가 도로의 먼 곳을 보다가 HUD를 보려면 초점을 바꿔야 한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약 300~400ms(밀리초)의 시간을 허비한다.

현대모비스가 투자한 영국 AR HUD 전문기업 엔비직스가 개발한 AR HUD의 모습. /엔비직스 제공

윤찬영 현대모비스 HUD 광학셀장은 "홀로그램 AR HUD는 실제 사물이 있는 위치에 정보를 표시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초점을 당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신기술과 AR HUD 등을 통해 해외 수주에 나선다는 목표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 90억달러에서 2027년 14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