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에서 작은 과수원을 운영하는 최수일씨는 최근 낡은 트럭을 폐차하고, 1t 전기트럭인 포터 일렉트릭(EV)을 구매했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아 사흘에 한 번 꼴로 충전하는데, 한 달 전기요금이 5만원 정도다. 이전 트럭의 기름값보다 비용이 훨씬 줄었다는 게 최씨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택배일을 하는 김유엽씨도 지난 4월 포터 일렉트릭으로 배달차를 바꿨다. 김씨는 디젤차를 운행했던 작년보다 올 여름이 훨씬 시원했다고 말했다. 디젤트럭은 엔진이 차 가운데에 있어 열이 올라오는데, 전기트럭은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 매연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1t 전기트럭이 디젤트럭보다 유지비가 싸고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10월 기준)된 국산 전기차 중 현대자동차 포터 Ⅱ(2) 일렉트릭과 기아(000270) 봉고3 EV의 비중은 30.9%에 달한다.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3대가 1t 전기트럭이었다는 것이다. 국산 전기차 신규 판매량이 내수 전체의 10% 내외라는 것을 고려하면 1t 전기트럭 판매는 3배 이상 많았다.
올해 10월까지 포터와 봉고의 판매 대수는 12만1223대로, 작년 같은 기간 11만7149대보다 3.5% 늘었다. 11월 국산차 판매 순위에서도 포터는 7020대로 2위, 봉고는 5951대로 4위에 올라 쟁쟁한 승용·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제쳤다.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는 대표적인 불황차로 불린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영업 등에 뛰어드는 비율이 높아져 1t 트럭 판매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기에 반비례해 포터·봉고 판매량이 증감하는 것을 ‘포터지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는 기름값이 크게 뛰면서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전기트럭 수요가 더 늘었다.
현재 50㎾(킬로와트) 충전기 요금은 1㎾h(킬로와트시)당 324.4원, 100㎾ 이상 충전기 요금은 1㎾h당 347.2원이다. 1㎾h당 3.1㎞를 주행하는 포터 일렉트릭의 경우 한 달에 2500㎞를 주행하면 총 연료비는 27만1000원(100㎾급 충전기 기준)이 든다. 같은 거리를 1리터에 10㎞를 가는 포터 디젤로 운용하면 한 달 연료비는 44만7352.5원(경유 1L당 1789.41원 기준)로 전기트럭이 20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포터와 봉고의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전체 포터 판매에서 전기동력계가 차지하는 비중(10월 누적 기준)은 지난해 17%였는데, 올해는 24.9%로 7.9% 포인트(P) 상승했다. 봉고 역시 지난해 22.1%였던 비중이 31.9%로 크게 상승했다.
전기트럭은 올해 4월까지 영업용 번호판 발급을 무상으로 해줬던 정책 덕분에 판매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택배나 배달용으로 1t 트럭을 쓰려면 화물 영업용 번호판이 필수인데,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지난 2018년 11월부터 무상 발급을 해왔다. 이 제도 혜택을 받기 위해 올해 3~4월에 전기트럭 수요가 상당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기를 놓치면 3000만~4000만원대로 시세가 형성된 기존 번호판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포터 일렉트릭의 가격은 4190만~4374만원, 포터 디젤 가격은 2101만~2665만원이다. 봉고 EV의 가격은 4185만~4370만원, 봉고 디젤 가격은 1815만~2430만원이다. 전기 모델 가격이 비싸지만, 서울의 경우 보조금이 2000만원이라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이 거의 비슷해진다. 전기 모델은 두 개뿐이고 디젤 모델은 더 많긴 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포터와 봉고 전기트럭은 상품성이 좋아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잘 나가고 있다”라며 “계약도 꽤 밀려있어 당분간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